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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환자복을 입으며]

by 조은아빠9 2025.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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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석제거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당장 아픈건 아니지만 자연적으로 돌이 빠져나오지 않고 초음파 시술 8번으로도 제대로 제거되지 않는다. 통증과 혈뇨를 자꾸 발생시킨다.
환자복을 입고 링거를 꽂으니 영락없는 환자이다. 전설적인 모사드 요원 엘리 코헨을 다룬 드라마를 보면 스위스의 안전가옥에는 커다란 옷장이 있다. 자신이 살던 이스라엘에서 스파이로 활동하는 시리아로 가기전 늘 스위스에 들러 완전히 옷을 새로 갈아 입는다. 그 의식을 통해 그는 이스라엘 엘리 코헨에서 시리아인 '아민 사베트'가 된다. 환자복을 갈아 입는 순간 나는 일상의 나와 다른 나로 바뀌고 그것을 받아들인다.
우리도 아침에 출근을 할 때 정장을 입거나 평상복과 다른 옷을 입는다. 사회인으로 새롭게 자신을 변신하는 것이다. 가정에서의 나와 사회인으로서의 나는 다른다. 집에서 평상복을 입고 소파에 앉으면 또다른 내가 나온다. 밖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생리현상도 잘 참지 않고 이상한 자세로 영화를 보기도 한다.
환자복을 입으면 평상시 받아들이지 못한 상황을 받아들인다. 환자에게는 사적인 공간이 없다. 옆사람과는 커튼 하나로 분리되어 소리를 통해 무엇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간호사는 수시로 커튼을 저치고 나의 사적 공간 안으로 들어온다. 자다가 일어나 머리가 엉망인채로 복도를 나가 탕비실에서 약을 먹기 위해 물을 담는다. 평상시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몰골로 복도를 거닐지만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입원을 하고 환자가 되는 것은 새로운 나로 변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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