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홍인기교육정책 칼럼

교총의 “빼앗긴 교편” 성명서에 대한 논평

by 조은아빠9 2010. 11. 3.
728x90
교육계는 체벌 및 학생인권과 관련하여 일방적 시행과 이념적 공방이 아닌 실사구시적 대안 마련을 위해 열린 마음으로 머리를 맞대야 할 것입니다 

경기도가 10월 5일 학생인권조례를 공표했고, 서울시 교육청이 11월 1일부터 체벌전면금지 조치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제대로 된 대안적인 학생지도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허둥되고 있거나 이를 악용한 일부 학생들의 행동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최대 규모의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은 11월 1일, “빼앗긴 ‘교편’ 교육자는 통탄한다”는 성명서를 통해 폭력이 아닌 정당한 체벌은 교육적으로 꼭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이 인기성 정책으로 체벌전면금지를 함으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 교사의 권위와 교육력이 저하되었음을 비판하면서 향후 ▲ 체벌 전면금지에 따른 학교현장의 실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그 결과를 대내외에 알리고 ▲ 대법원 판례에 근거한 교육적 체벌을 한 교원 징계시 소송 지원 및 법적 대응 ▲ 국가적 기준 마련을 위해 초중등교육법 및 시행령 개정에 총력을 경주할 것임을 밝혔다. 

비교육적 체벌과 폭력은 금지하지만 교육적 체벌은 허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다수의 현장 교사들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는 말이다. 그리고 교육청이 체벌을 대체할 수 있는 실효성있는 대안이 제시되지 않은 채 학생인권조례와 체벌전면금지 조치가 시행됨으로 인해 학교가 많은 혼선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면에서 한국 교총의 논평은 현재 학교의 준비나 대안 없이 도입된 체벌금지와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학교가 겪고 있는 현실을 잘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교총은 체벌금지나 학생인권 관련 또 다른 현실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그것은 왜 서울시교육청이나 경기도가 학교 현장의 동의나 준비를 고려하지 않고 이렇게 급하게 체벌금지와 학생인권조례를 도입하게 되었느냐 하는 것이다. 사실 학교 현장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 7항이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아니하는 훈육 훈계 등의 방법으로 행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너무 확대 해석하여 교과부 지침이나 대법원 판례를 벗어난 체벌이 일상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비교육적 체벌과 폭력에 대해 반대를 한다고는 했지만, 체벌이 허용되는 상황에서는 교사가 격한 감정에 휩싸여 비교육적 체벌이나 폭력으로 전이되는 현상 역시 많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학생들이 큰 상처를 받게 되고, 어떤 경우는 교사도 피해를 입는 현상이 빈번이 발생하고 있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물론 이러한 교육적 상황에서 교육청이 체벌 없이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충분한 대안을 마련해놓고 또한 이를 학교 현장이 받아들일 준비가 된 후 체벌금지와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는 것이 이상적이긴 하다. 그리고 완벽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이런 과정을 거친 후에 체벌금지와 학생인권조례를 도입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좋은교사운동의 입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준비과정이나 대안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도가 학생인권조례를 공표했고, 서울시교육청이 체벌전면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또 다른 문제이다. 지금으로서는 대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으니까 다시 체벌을 허용해달라기보다는 교육청과 교과부에게 현재 체벌금지와 학생인권조례로 인한 학교 현장이 겪고 있는 혼란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적인 정책을 빨리 시행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한 것이다. 그리고 학교 현장에서도 여러 한계를 가진 현 상황에서라도 어떻게 하면 체벌이 없고 인권친화적인 학교에 근접해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 시도를 해 나가는 가운데 여기서 부딪히는 한계점을 교과부와 교육청에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체벌금지와 학생인권조례 시행과 관련해서 교과부나 교육청이 시급히 지원해야 할 것은 학교 내 성찰교실을 운영하고, 비행과 부적응, 불순종을 자행하는 아이들의 마음과 환경을 도울 수 있는 전문 상담요원, 학교사회복지사, 학습부진아 전담교사 등을 확충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학교 내에서 지도가 어려운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는 교육청 차원의 대안적인 배움의 장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교사들에게도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없는 성찰교실이나 벌점제 등은 교사들에게 또 다른 잡무가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아이들은 교사의 따뜻한 지도가 아닌 날카로운 행정적 처분만을 받는 상황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학교 현장은 수십년 동안 체벌이 시행되어 왔고, 학생인권이 침해되는 부분이 많았다. 우리 학교가 이렇게 된 것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입시 경쟁 체제와 관료주의와 권위주의 등 수많은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이러한 학교 문화를 교육청이 조례와 공문과 지시만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물자와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고 명분만으로 몰아붙여서도 이를 달성할 수 없다. 

반면 학교 현장은 지금의 상황이 무리는 있지만 체벌과 반인권적 학생 지도의 패러다임을 고칠 수 있는 기회로 인식하고 이를 위한 대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래서 학교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해결해 나가는 가운데 교과부나 교육청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요구해가면서 이번 기회를 체벌이나 학생인권과 관련해서 대변화의 계기를 삼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과 같이 교육청과 교원단체가 대립하고 교과부가 방관하는 구조를 빨리 벗어나서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체벌이나 학생인권의 문제는 이념으로 대립할 문제가 결코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학교 현실을 드러내놓고 조금이라도 더 인권친화적인 학교를 만들어가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그러므로 서울시나 경기도 교육청은 성급하게 밀어붙이려는 태도를 버리고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반대편의 이야기에 적극 귀 기울여야 한다. 한국 교총은 최대의 교원단체답게 보다 책임있는 자세로 대안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또 교사들을 중심으로 대안적인 실천운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전교조 역시 상부 단위에서의 학생인권 찬성의 논의만 펼 것이 아니라 조합원 차원에서의 대안적 실천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과부는 성급한 법개정으로 교육청과 학교 현장 중심의 학생인권 논의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 아니라 현재 일부 교육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현상을 지켜보고 지원하면서 모범 사례를 만들어가는 일에 협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좋은교사운동은 교과부, 시도교육청,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인권단체가 참여하는 학생인권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는 바이다. 이러한 협의체의 논의를 통해 체벌을 없애고 인권친화적인 학교를 만들기 위한 실사구시적인 대안들을 마련해간다면, 최근 경기도와 서울시교육청에서 촉발된 체벌금지 및 학생인권조례가 우리 학교의 체질을 보다 인권친화적으로 만들어가는데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어갈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11월 3일 

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