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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기교육정책 칼럼

국가가 나서서 거짓을 가르쳐서 안 됩니다

by 조은아빠9 2010.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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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나서서 거짓을 가르쳐서 안 됩니다

 

 

 

 

 

요즈음 학교마다 인구주택 총조사 봉사활동 확인서를 제출하는 학생들이 많다. 11월부터 실시되는 본 조사에 앞서 인터넷 조사 기간인 10월 22일부터 10월 31일까지 인터넷 조사에 참여하면 학생들에게 2시간의 봉사활동 확인서를 발급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주택 총조사는 국가에서 꼭 필요한 기초조사이다. 이 조사를 조사원이 방문하여 조사할 경우 비용이 많이 든다. 경품행사를 통해 인터넷을 활용하여 주민 스스로가 참여하게 함으로써 조사비용을 절약하여 국민세금을 아끼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문제는 학생들에게 주는 봉사활동점수를 통해 국가의 비용을 줄이려고 하는 문제점이다. 실제로 인터넷을 통해 조사에 참여하는 시간은 10-30분 정도이다. 그런데, 봉사시간은 일률적으로 2시간을 주게 되어 있다. 그것도 통계청장 명의로 봉사활동 확인서를 발급해 준다. 직접 출력하여 학교에 제출하지 않아도 통계청에서 친절하게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별도로 학교에 송부한다고 한다.

 

 

 

 

봉사활동은 자라나는 아이들이 학업 외에 어려운 이웃이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공익적 영역에 직접 참여하게 하자는 교육적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하지만 사회적 인식의 미비와 학부모들의 그릇된 교육열이 맞물려 제대로 된 봉사활동을 하지 않은 학생에 대해 봉사활동 시간을 부풀려 발행하는 부작용으로 인해 학교는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 교육적 취지로 도입된 봉사활동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거짓을 가르치는 도구가 되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제대로 된 봉사 기관에서 봉사를 하고, 실제로 봉사한 시간만큼만 정확히 시간을 기재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가 나서서 실제 활동 시간을 부풀려 작성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더군다나 부모가 핸드폰을 통해 개인인증을 하고 참여하더라도 자녀의 봉사활동확인서를 발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되어 있다. 부모가 열심히 작성하고 자녀의 학교와 학년 반만 입력하면 되게 되어 있다. 취학 아동이 세명인 부모의 경우 한번의 조사로 3명의 아이 모두에게 총 6시간의 봉사시간을 발급 받을 수 있다. 아이가 실제로 이 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운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발급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총 조사 비용을 아끼기 위해 부모들의 그릇된 교육열을 이용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을 의심하게 된다.

 

 

통계청은 국가의 행사에 학생을 동원하여 교육적 가치를 훼손하는 일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실제로 학생들이 소요되는 시간을 정확히 하고, 최소한 아이들이 입력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인증절차를 거친 후 해당 학생에게 봉사활동확인서를 발급해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이 일에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교과부는 국가의 다른 부서와 기관에서 봉사활동확인서를 발급하고자 할 때 그 일의 교육적 타당성과 절차적 엄밀성을 요구해서 협조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에 대한 사과와 시정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 기회에 교과부는 국가 공공기관이 행사를 추진할 때 학생들을 동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봉사활동 점수를 부여하는 부분에 대한 점검을 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국가 공공기관의 행사에 있어서 봉사활동의 취지가 전혀 없음에도 학생 동원 숫자를 채우기 위해 봉사활동 점수를 부과하거나 실제로 참여한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 봉사활동 점수를 부여하는 일이 많이 있다. 일반 사회 기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지만 이에 앞서 국가 공공 기관의 잘못된 인식과 관행부터 바로 잡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은 학교의 공식 교육과정으로부터도 배우지만 우리 사회의 전반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관행으로부터도 배운다는 것을 생각할 때, 국가 기관부터 자신들의 사업 추진을 위해 교육과 아이들을 이용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까 하는 교육적 관점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교육적 경구를 국가 기관부터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