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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기교육정책 칼럼

[홍인기 교육정책 칼럼]수학·과학 성적은 세계 최고 자시감과 흥미도는 세계 최하위

by 조은아빠9 2012.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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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국제비교 연구(Trends in International Mathematics and Science Study; 이하 TIMSS) 결과가 11일 발표되었다. 이 연구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과학 성취도를 국제적으로 비교하는 연구로 4년 주기로 시행되고 있다. 이 연구는 국제 교육성취도 평가 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Evaluation of Educational Achievement; 이하 IEA)에서 초등학교 50개국, 중학교 42개국 각각 약 3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하였고, 우리나라는 TIMSS 2011에 비례층화 표집방법에 따라 표집된 150개교의 초등학교 4학년 학생 학생 4,335명, 150개교의 중학교 2학년 학생 학생 5,167명이 참가하였다. 

TIMSS 2011에서 우리나라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의 수학 성취도는 2위, 과학 성취도는 1위, 중학교 2학년 학생 학생의 수학 성취도는 1위, 과학 성취도는 3위로 매우 높은 성취를 보였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의 수학에 대한 자신감은 50개국 중 49위(50위는 일본), 과학에 대한 자신감은 50개국 중 50위를 했다.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의 수학 학습에 대한 흥미도는 50개국 중 50위, 과학 학습에 대한 흥미도는 50개국 중 48위(49위 핀란드, 50위 아제르바이잔)를 차지했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수학에 대한  자신감은 조사를 실시한 42개국 중 38위(이후 말레이시아, 일본, 태국 순), 과학에 대한 자신감은 26개국 중 24위(이후 말레이시아 일본 순)를 기록했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수학 학습에 대한 흥미도는 42개국 중 41위(42위 슬로베니아), 과학 학습에 대한 흥미도는 26개국 중 26위를 차지했다.

이번 연구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수학·과학의 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흥미도나 자신감에서 세계꼴지를 나타냈다. 한마디로 우리 아이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객관적인 성적은 다른 나라 아이들과 비교우위에 있지만 수학 과학에 자신감도 부족하고 재미도 없어한다. 불안에 내몰려 공부한 결과이다. 성적이 낮아도 수학과 과학에 자신감이 있고 좋아하는 다른 나라 아이들과 고등학교 대학 과정에서 경쟁한다면 과연 누가 이길까? 답은 뻔한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를 대표하는 한국교육과정은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아이들의 성적이 우수하다는 점만 강조하고 세계꼴지 수준의 흥미도와 자신감  대해서는 ‘자신있음’은 국제 평균에 비해 낮으나, ‘약간 자신있음’은 국제 평균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는 이상한 해석을 내놓았다. 자신감이나 흥미도에 ‘자신있음’에 대해 체크한 학생수가 세계 꼴지이기 때문에 당연히 ‘약간자신 있음’항목에 학생들의 숫자가 높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부끄러워 하거나 안타까와하는 부분이 전혀 없다. 이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학생들의 수학과 과학에 대한 흥미도나 자신감을 개선할 대책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현실 인식의 수준이 이정도이니 무엇이 바뀔수 있겠는가!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번에 발표된 TIMSS의 결과를 가지고 학생들의 수학과 과학에 대한 흥미도와 자신감을 높일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발달단계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성취기준을 가지고 있는 교육과정에 대한 수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미국에 가면 수학을 1등 한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알고 있다. 나이에 비해 너무나 어려운 교육과정을 운영하기에 같은 학년의 미국의 수학은 너무나 쉬운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정상이 아니라 미국이 정상이다. 미국은 학생들의 발달단계에 적절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너무나 어려운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입시과정에서 자신이 전공할 내용에 상관없이 지나치게 어려운 수학내용을 요구하고 있고 이것을 교육과정에서 소화하기 위해서 전반적인 수학의 학년별 성취기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아진 것이다.

아이들이 제대로 이해하기도 어려운 수학적 개념을 어린 나이에 배우기 때문에 문제풀이나 암기위주의 수학 공부가 이루어지는 현실이다. 과학의 경우에도 교과이기주의에 의해 생물, 물리, 화학, 지구과학 등의 네가지 영역에 필수적으로 배워야할 내용이 지나치게 많다. 중고등학교에서 필수 이수 교육과정 내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선택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와 더불어 지나친 선행학습을 통해 학습의 흥미도를 떨어뜨리고 어려운 내용을 배우는 과정에서 배움의 기쁨이 사라지는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루빨리 선행학습 금지법이 도입되어야 한다. 높은 수학·과학의 성적에 샴페인을 터뜨릴 것이 아니라 매우 낮은 수학·과학의 자신감과 흥미도로 인해 우리나라의 기초과학과 미래인재들의 역량저하를 심각하게 걱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