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동결이 만들어낼 기형적 미래
2025년 현재, 특목고와 자율고(자사고·자공고)에 재학 중인 학생은 149,647명이다. 전체 고등학생 약 130만 명의 11.7%에 해당한다. 10명 중 1명 남짓, 아직은 '소수를 위한 특별한 교육'이라는 명분이 유지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따라가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고등학령인구(15~17세)는 2025년 137만 명에서 2040년 69만 명으로 절반 수준까지 추락한다. 현재의 특목고·자율고 정원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이들 학교가 전체 고등학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다음과 같이 변한다.
[특목고 자사고 비율추정(2025~2040)]
| 2025 | 1,281,846명 | 149,647명 | 11.7% |
| 2030 | 1,243,390명 | 149,647명 | 12.0% |
| 2035 | 894,567명 | 149,647명 | 16.7% |
| 2040 | 643,262명 | 149,647명 | 23.3% |
*자료출처: 2025년 자료 2025교육통계 주요지표 포켓북. 교육부
고등학생수=고등학교 학령인구 추계*고등학교 취학률 3년평균(93.77%)
2040년, 고등학생 4명 중 1명이 특목고 또는 자사고 학생이 되는 셈이다.
'특수목적'은 어디로 갔나
특수목적고등학교의 본래 취지를 떠올려 보자. 과학고는 과학 영재를, 외국어고는 어학 특기자를, 예술고·체육고는 예체능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여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이었다. 자사고 역시 '교육과정 다양화'와 '수월성 교육'을 명분으로 도입되었다.
그런데 전체 고등학생의 4분의 1이 이런 학교에 다니게 된다면, 이것이 과연 '특수'한 목적의 교육인가. 아니면 사실상의 '상위권 트랙'인가.
현재도 특목고·자사고의 설립 취지 훼손은 끊임없이 지적되어 왔다. 외국어고가 외교관·통역사 양성이 아닌 SKY 입시학원이 되었다는 비판, 자사고가 '강남 8학군의 확장판'이라는 지적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이 학교들의 비중이 두 배로 늘어난다면, '특수목적'이라는 허울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일반고의 이중 충격
학령인구 감소의 충격은 모든 학교에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특목고와 자율고가 정원을 유지하는 동안, 일반고와 특성화고가 감소분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2025년 현재 일반고 학생은 약 98만 명으로 전체의 75.5%를 차지한다. 그러나 특목고·자율고 정원이 고정된 채 학령인구가 절반으로 줄면, 일반고 학생은 약 49만 명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학교 수로 환산하면 전국 일반고의 절반 가까이가 존립 위기에 처하게 된다.
농산어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소도시는 물론 대도시 외곽의 일반고까지 학생 수 미달로 통폐합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면 특목고·자사고는 여전히 정원을 채우며 '명문'의 지위를 유지한다. 고교 서열화는 해소되기는커녕 구조적으로 고착화된다.
정원 조정 없는 고교 다양화는 허구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와 '고교 교육 다양화'를 내세우며 모든 고등학교에서 학생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일반고에서는 개설 가능한 과목 수가 줄고, 교사 수급도 어려워진다. 선택의 폭은 오히려 좁아진다.
반면 정원이 유지되는 특목고·자사고는 여전히 풍부한 교육과정과 우수한 교원을 확보한다. '고교 다양화'는 특목고·자사고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되고, 일반고는 '다양화의 사각지대'로 전락한다.
진정한 고교 교육 다양화를 원한다면, 학령인구 감소에 비례한 특목고·자율고 정원 조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원 동결은 다양화가 아니라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다.
숫자가 던지는 질문
다시 숫자로 돌아가 보자.
• 2025년: 고등학생 10명 중 1명이 특목고·자율고
• 2030년: 고등학생 8명 중 1명
• 2035년: 고등학생 6명 중 1명
• 2040년: 고등학생 4명 중 1명
이 추세가 정말 바람직한가. 고등학생 4명 중 1명이 '특별한' 학교에 다니는 사회에서, '특별함'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머지 3명이 다니는 학교는 어떤 처지에 놓이는가.
정원 동결은 의도했든 아니든 정책적 선택이다. 특목고·자사고의 상대적 비중을 높이고, 일반고의 위상을 낮추는 선택이다. 교육부가 이 선택의 결과를 인지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학령인구 절벽은 위기이자 기회다. 고교 체제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할 수 있는 기회다. 그 기회를 정원 동결로 날려버릴 것인가, 아니면 공정한 교육 기회를 위한 구조 개혁으로 살릴 것인가.
숫자는 이미 방향을 말해주고 있다. 정책이 응답할 차례다.
참고자료
• 한국교육개발원, 2025년 교육기본통계
• 교육부, 학생수 추계 자료 2025-2031
• 통계청, 장래인구추계(2022년 기준)
추계 산출 방식
• 고등학교 취학률 3개년 평균(93.77%) 적용
• 특목고(60,701명) + 자율고(88,946명) = 149,647명 고정 가정
• 추정 고등학생수 = 고등학령인구 × 취학률(9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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