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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학급이 곧 마을이다 1

by 조은아빠9 2012.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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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좋은교사  2006년 7월호
 코너명: 홍인기와 함께하는 학급 경영1

 학급이 곧 마을이다  

좋은교사운동 첫 번째 연수캠프 때 초등학급경영 부분의 강사로 오신 안준상(두레학교) 선생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당시 선생님은 영훈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계셨고 두레학교를 정기원 선생님과 함께 준비하고 계셨다. 그때 들은 안준상 선생님의 학급경영방식인 ‘마을활동’은 완전히 내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래서 우리 학급에 적용해서 실천해 보았더니 아이들이 ‘책임감 있는 학생’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책임감 있는 제자’는 나의 교육목표이다. 아이들에게 제자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어려워서 ‘책임감 있는 어린이’로 바꾸어 말하고 있지만 ‘책임감 있는 제자’는 내 마음속에 있는 푯대이다. 그런데 현실 속에서는 아이들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모습을 만나기가 힘들었다. 무책임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점점 실망이 쌓여 갔다. 이런 와중에 알게 된 ‘마을활동’은 아이들 스스로에게 많은 자율성과 동시에 책임을 요구하는 좋은 방법이었기에 이 자리를 빌려 소개해 보고자 한다.(고양 냉천초, 홍인기)


학급을 하나의 마을로 만들자

마을활동은 학급을 하나의 마을로 만드는 것이다. 마을 안에는 돈도 있고 직업도 있다. 일단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을 노동으로 생각해서 아이들이 수업을 하면 수업수당을 받게 된다. 그리고 마을에는 각종 직업이 필요하다. 시장, 경찰, 판사, 재정경제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은행원 등의 공무원들도 있고, 물건을 파는 문구점과 가게 등이 있다. 이외에도 신문사나 우체국 등도 만들 수 있고 아이들이 마을회의를 통해 필요한 직업을 만들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학급의 여러 가지 생활규칙을 교사가 정하고 혼자서 다 실행하는 경우가 많아서 교사가 일일이 아이들에게 벌을 주거나 야단을 쳐야 한다. 그러나 학급에서 마을활동을 운영하면 서로의 생활에 불편을 주지 못하도록 아이들 스스로가 제재하는 시스템을 가지게 된다. 예를 들어 복도에서 뛰거나 욕을 하는 아이들에게는 경찰들이 벌금 스티커를 발행한다. 벌금 스티커를 받은 아이들은 받은 날짜 안에 재정경제부에 벌금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마을활동이 이루어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을법률을 제정하는 것이다. 첫 번째 법률은 교사가 제정해야 하고 그 다음엔 아이들이 마을회의를 통해 법률을 조금씩 고쳐 나가야 한다.


각자의 역할을 하게 하라

마을활동이 처음부터 학급에 잘 정착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마을법률을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아이들의 선망하는 직업인 판사와 변호사를 가장 먼저 뽑기 위해 사법시험을 보게 한다. 많은 아이들이 이 시험에 응시하려고 열심히 마을법률을 읽게 되는데 이 아이들이 이후 마을활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학교에서 보통 회장과 부회장을 뽑는데, 우리 반에서는 회장이 시장 되고 부회장은 부시장이 된다. 마을의 공무원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수당 외에도 봉급을 받게 된다. 아이들은 직업과 수업수당을 통해 번 돈으로 벌금이나 세금을 내고 물건을 사게 된다. 이전에는 학습준비물을 아이들에게 그냥 나누어 주었는데 아이들이 함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학습준비물로 신청한 물건들이 도착하면 교사는 이 물건을 문구점에 넘긴다. 학급경비로 매달 아이들이 좋아하거나 필요로 하는 문구류도 할인점에서 구입해 문구점에 넘긴다. 급식지도가 학교에서 참 어려운데 마을활동에서는 보건복지부 친구들이 급식을 담당하게 된다. 힘든 일이기에 다른 아이들보다 봉급을 많이 준다. 급식을 남기는 아이들이 많은데 교사가 실랑이 할 필요 없이 보건복지부 아이들이 검사를 하여 남긴 아이들에게 마을 회의에서 정해진 벌금을 받으면 된다. 쓰레기 분리수거나 쓰레기통에 종량제 봉투를 갈아 끼우는 일은 환경부 아이들이 한다. 물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는 아이들은 환경부 아이들이 벌금을 부과한다.


마을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학급의 일인일역을 직업으로 생각하면 쉽다. 마을활동에서 중요한 것은 지나치게 인플레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봉급이나 수당이 너무 많아 아이들이 돈을 우습게 여기게 되면 마을활동은 곧 무너진다. 첫 번째 마을활동의 실패가 인플레이션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자신의 돈을 적절하게 소비하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슈퍼의 역할이 중요하다. 슈퍼는 어머님이 도와주실 수 있는 어린이가 맡는 것이 좋다. 볶은 콩이나 간단한 과자를 소량으로 판매한다. 과자가 없는 학교에서 슈퍼의 인기는 대단하다. 물론 과자를 많이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칸쵸의 경우 한 아이가 칸쵸 한 알을 사먹을 수 있다. 신문을 만드는 것도 매우 재미있다. 여자 아이들 중에서 글씨를 잘 쓰고 종이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이 신문기자를 맡고 아이들에게 시나 산문 같은 작품을 받는다. 물론 시나 산문을 내거나 기사를 제출한 아이들은 정해진 원고료를 받는다. 원고료가 많을수록 신문이 활성화 된다. 교사도 격주로 칼럼을 싣는 것이 좋다. 신문에는 마을회의 결정사항이나 각 부서의 알림내용을 적기도 한다. 꼭 컴퓨터로 하지 않고 아이들이 손으로 써도 좋은 신문이 될 수 있다.


공립학교에서도 가능하다

마을활동을 위해 꼭 준비해야 할 것들은 법률과 종이돈 등의 각종 양식과 은행금고와 마을금고이다. 금고는 은행의 돈과 마을의 돈을 보관하고 은행의 통장을 보관하는 곳으로 3단짜리 서류함이면 충분하다. 마을활동과 관련한 각종 문서는 두레학교 홈페이지나 초등교육연구회 홈페이지에서 구할 수 있다.
최근에는 공립학교도 학생 숫자가 많이 줄어들어 일부 대안학교에서만 이루어졌던 마을 활동을 시도하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 교사의 손이 많이 가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학급을 원하는 교사라면 꼭 한번 시도해 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