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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옛날 이야기로 풀어보는 수학 _도형이야기

by 조은아빠9 2012.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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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삼각형과 사각형이 살았대(2006년 8월 월간 좋은교사에 실렸던 글)

                                                                          홍인기(상탄초)

 

 

교 사1 이번 수학경시대회 범위를 어디까지 정할까요?

교 사2 아이들이 너무 부담되지 않도록 세 개 단원만 포함시켰으면 좋겠어요.

교 사3 그럼, 도형 부분이 포함되는 거네요.

저희반 아이들은 수 연산 부분은 그럭저럭 하는데 도형은 영 자신 없어 해요.

교 사4 맞아요. 참, 이상해요. 도형은 계산할 것도 없고 개념만 잘 이해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헷갈려 하지요?

교 사5 가르치기는 쉬운데 성적은 잘 안 나오고…. 그냥 달달 외우게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도형단원은 개념을 외워야 하기 때문에 많이 그리거나 만들면서 외우는 수밖에 없다. 나도 그런 수업을 진행해오다가 어느 날 문득 도형을 의인화시켜 이야기를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들려주게 되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들으며 수업에 열중하는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아이들이 각 도형을 볼 때마다 그 도형에 얽힌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도형의 개념을 헷갈려하지 않는 것을 보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통해 수학에 대한 흥미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경험이었다. (고양 냉천초, 홍인기)

 

 

사각형 이야기

 

옛날 한 마을에 김씨와 이씨 성을 가진 두 농부가 살았습니다. 예전에는 서로 사이좋게 지냈었는데 땅 문제로 다툼이 난 후 서로 원수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두 농부는 이웃한 논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해 큰비로 홍수가 나서 강물이 넘쳐 서로의 경계선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땅의 경계선을 정하긴 했지만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조금씩 손해를 봤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한 마을에 사는 친구 사이라서 마음속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했습니다. 두 사람은 모두 논두렁을 손질할 때 자신의 밭쪽에 있는 보의 흙을 퍼서 상대방 쪽으로 쌓았기 때문에 자신의 논을 조금씩 늘려가려고 했습니다.

 

이러한 공방이 폭발한 것은 김씨가 집안 잔치를 위해 시골에 다녀오기 위해 며칠 논을 비운 사이에 이씨가 자신의 논을 훨씬 넓혀서 논두렁을 쌓아놓았습니다. 그동안의 감정이 폭발해서 두 사람은 멱살을 잡고 싸웠고 두 집안은 원수처럼 지내게 되었습니다.

마을의 지혜로운 촌장님은 두 사람을 불러서 각각의 논의 넓이를 물어보았습니다. 두 사람 모두 정확한 넓이를 모르고 눈대중으로 대충 이야기를 했습니다. 촌장님은 가로 1m, 세로 1m되는 나무판을 만들어서 두 사람의 논을 정확히 잰 후 두 사람의 합의하에 새로운 논두렁을 만들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합의를 했고, 구불구불하던 논두렁이 반듯해 져서 농사짓기도 편하게 되었습니다. 이 후 마을 한복판에 가로 1m, 세로 1m되는 나무판을 걸어두고 땅에 관한 싸움이 있을 때 마다 측량하는 도구로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삼각형 이야기

 

옛날에는 1년에 한 번씩 세금을 매기기 위해 백성들이 소유한 논과 밭의 넓이를 조사하는 일을 했습니다. 나라에서는 가로 1m 세로1m인 정사각형의 넓이의 논에 1냥의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세금을 부과하는 관리는 땅의 넓이를 넓게 재어서 세금을 많이 걷으려고 했고, 땅주인들은 세금을 적게 내려고 노력했습니다. 땅의 넓이가 정사각형으로 반듯반듯 한 것이 아니어서 사각형으로만 땅을 재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고민을 하던 관리는 땅을 재기 위해 가지고 다니던 정사각형을 대각선으로 잘라 삼각형을 만들었습니다. 삼각형 두개가 정사각형의 넓이와 같기 때문에 삼각형 2개당 세금 1냥씩을 받게 되었습니다. 삼각형은 이렇게 사각형을 돕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따라서 삼각형은 사각형의 아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각형 집안의 족보

 

지금부터 사각형 집안의 족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태초에 선이 있었습니다. 선이 구부러지고 구부러져서 서로의 끝이 서로 만나 폐곡선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폐곡선이 생기면서 비로소 면이라는 것이 생겼습니다. 폐곡선이 있기 이전에는 안과 밖이 구분되지 않아 면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폐곡선의 집안에는 여러 아이들이 태어났는데 그중 성격이 모가 난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성격만 모가 난 것이 아니라 생김새도 모가 난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성격이 안 좋은 모가 난 아이들 중에서 인물이 가장 잘 생긴 아이들은 사각형이라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네게의 직선으로 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각형 집안에도 세월이 흘러 많이 자식이 태어났는데 그 중에서도 올곧은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마음만 올곧은 것이 아니라 모양도 올곧아서 서로 마주 보는 한 쌍의 변이 평행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아이들을 사다리꼴이라 부르게 되었고 사각형 집안에는 사다리꼴이라는 새로운 가문이 발생하였습니다. 올곧은 사다리꼴 집안은 세월이 흘러 더욱 올곧은 아이들이 많이 태어났는데 한 쌍의 마주 보는 변만 평행한 것이 아니라 두 쌍이 모두 평행한 아이들이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그들의 완벽한 올곧음을 기리기 위해 평행사변형이라는 특별한 이름을 붙이고 사다리꼴 집안 안에 새로운 가문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평행사변형 집안은 그들의 올곧은 마음을 더욱 계승 발전시켜 평행에 대한 관심에서 직각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평행할 뿐만 아니라 네 각이 모두 수직인 아이들이 태어나게 되었는데 평행사변형 집안에서는 이 아이들이 태어나자 크게 기뻐하며 직사각형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게 되었습니다. 평행사변형의 집안에서는 관심을 길이로도 확장하여 비록 네 각이 수직은 아니지만 네 변의 길이가 같은 마름모라는 아이도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사각형 집안이 오랜 세월을 통해 일관되게 추진해온 올곧은 마음과 인물의 결정판은 네 변이 길이가 같고, 네 각이 모두 수직인 정사각형입니다 정사각형이 태어남으로 해서 비로소 올곧음이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각형 집안은 다양한 가문과 이름을 가지게 되었지만 분명한 질서 속에서 자신의 뿌리가 어디인지 항상 잊지 않음으로 많은 도형 가문에 모범이 되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