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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교육정책자료

[김상곤 교육감 기자회견문] 학교생활기록부 학교폭력 기재는 개선돼야 합니다

by 조은아빠9 2012.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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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기록부 학교폭력 기재는 개선돼야 합니다

 

중학교 2학년생이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잠자는 같은 반 짝궁 옆구리를 찌르며 일어나라고 한 행동이 학교폭력으로 신고됐습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회부되고 교내 봉사 3일과 서면사과가 결정됐습니다. 그리고, 다시, 학교생활기록부에 올라갔습니다. 7년 동안 지워지지 않습니다. 기록은 아이가 대학에 갈 때도 남습니다. 아이 부모는 학교폭력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중입니다. 딱한 일입니다.

 

학교폭력으로 온 국민이 시름에 잠겨 있습니다. 학교사회가 당면한 최대의 과제입니다. 꽃다운 아이들이 학교폭력으로 당하는 피해와 좌절, 눈물을 떠올리면서, 어떻게 해서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저의 모든 노력을 다하여 해결책을 찾아갈 것입니다.

 

학교폭력 문제가 아니라, 학교폭력의 학교생활기록부 기록 문제를 놓고 교육과학기술부와 갈등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학교 현장이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온 국민의 지혜를 모아서 정책을 만들어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환부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살피지 않는 임시방편적 처방을 통해 학교폭력을 막겠다는 것입니다.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가 얼마나 무리한 대책인지는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학교폭력에 대한 분노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채택된 이 대책은, 정의롭지도 않을 뿐 아니라 법 상식에도 어긋나고, 최소한의 교육적 가치도 고려하지 않은 폭력적인 대책입니다. 한마디로 교육과 인권의 이름으로 허용할 수 없습니다.

 

이 대책은 무엇보다 위헌적, 위법적 요소가 있습니다. 헌법 제37조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 법률로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에 대한 조사․수집․보관․처리․이용 등은 가장 민감한 기본적 권리에 관한 것입니다. 이에 대한 결정은 원칙적으로 국회가 정하는 법률로써 진행하는 것이 상식이자 헌법 원리입니다. 프라이버시 관련법은 ‘형벌 등의 기록’을 ‘건강과 관련된 기록’과 함께 가장 민감한 정보로 취급합니다.

 

학생부에 기록되는 학교폭력 관련 사항은 정확히 이런 정보에 해당합니다. 졸업 후 5년간 보존되어 상급학교 진학 때는 물론, 취업 시에도 불리하게 활용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할 경우에는 더욱 명확한 법률적 수권이 필요합니다. 교과부 지침 정도로 이런 불이익을 주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됩니다.

 

불공평한 것이 또 있습니다. 기록되는 것은 오직 학생에 대한 폭력 징계사안입니다. 학생이 일반사회인이나 교사, 부모 등에 대해 저지른 폭력행위나 범죄행위에 대한 사항은 기재되지 않습니다. 기준도 들쭉날쭉이어서 가벼운 사안이라도 부모간에 다툼이 일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리면 기록됩니다. 형평의 원칙에 어긋납니다. 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워 학교가 너무 힘들어 합니다.

 

올 들어 학교폭력 행정심판이 청구된 것이 18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10건이 생활기록부 기재를 취소해달라는 내용입니다. 비슷한 행정심판이 봇물 터지듯 늘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정부의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은 2월 초에 발표되었고,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은 3월 1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이 중요한 사안을 학교가 충분히 안내하고 학생들이 제대로 인지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였습니다.

 

게다가 교과부의 지침을 그대로 따른다면,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 모두가 대상입니다. 초등학교 어린아이까지 기록한다는 것입니다. 가장 경미한 서면사과부터 전학이나 퇴학 등 중한 처분까지 동일한 방식으로 기록됩니다. 성장기 학생들의 발달과정의 특성을 감안하면 모든 부모와 아이들이 이 지침의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달 초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종합정책권고'를 통해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와 관련한 사항을 개선하라고 권고한 뒤, 각 학교에 대해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를 보류하도록 한 바 있습니다. 인권에 관한 한 최고 국가기관인 인권위의 권고는 상당한 무게를 지니고 있다 할 것입니다. 이 권고를 교과부는 정면으로 거부하였습니다.

 

저는 교과부 지침의 수용여부를 두고 깊이 고뇌하였습니다. 중앙정부인 교과부와 지방교육자치단체와의 계속되는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 또한 사실입니다. 교과부는 지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특별감사를 하고 관련자를 처벌하겠다고 합니다. 교과부가 그토록 염려하는 ‘학교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는 권한남용이고 협박입니다. 국가 교육정책의 최고 결정기관인 교과부가 앞장서서 비교육적, 반인권적 정책을 결정하고 폭력에 가까운 방식으로 강제하는 참으로 안타까운 장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저는 학교생활기록부의 학교폭력 조치사항 기록을 계속 보류하고자 합니다. 이번 대입전형에 제출될 학생부에도 학교폭력과 관련한 기록이 포함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법정신과 국내외 인권규범, 그리고 교육적 영향을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하는 교과부의 지침은, 명백히 어린 아이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높습니다. 교육적으로 용납하기가 어렵습니다. 학교폭력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보류는 교과부가 교육계와 국민들의 의견을 널리 들어 아이들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저의 이러한 조처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관한 헌법 정신, 기본권 제한의 법률유보원칙을 정한 헌법 제37조, 학생의 인권보장을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제18조, 교육감의 학교생활기록부 제공에 대한 지도 감독권을 담은 동법 제30조의7, 그리고 상급학교 입학전형을 위해 제출하는 학교생활기록부 내용의 일부를 제외할 수 있도록 한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제5조,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정정사항은 제외하고 제공하도록 규정한 동 지침 제19조의 취지에 따른 것임을 말씀드립니다.

 

지난 95년에도 학교폭력이 문제되었을 때 교육당국이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방침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현재와 똑같은 논란이 일었고 발표 1달 반 정도 지나 방침을 철회한 바 있습니다. 언론을 포함한 모든 여론이 이 즉흥적이면서도 비교육적인 처사를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대학교육협의회를 비롯한 대학당국에 호소합니다. 입학 심사 때 평가자료로 학교생활기록부의 학교폭력 관련 기록을 활용하는 것을 유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얼마나 많은 숫자가 될지는 모르지만, 해당 학생에게는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끼쳐 너무도 억울한 일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자료의 형평성과 신뢰도도 그렇지만, 그 자체가 학생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교육은 한 인간의 성장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어려움을 성숙한 어른들이 돕는 일입니다. 잘못에 명백한 책임을 묻는 일과 함께 관용을 발휘하면서 새로운 성찰과 재기의 기회 또한 인내심을 가지고 제공해야 합니다.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나, 장래의 기회까지 박탈하거나 주홍글씨를 새기려는 또 다른 폭력이어서는 안됩니다.

 

학생들을 지도하고 이끄는 학교장과 선생님들에게 호소합니다. 저의 결정은 교육적 원칙을 지키고 학생들을 올바르게 이끌고자 하는 충정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합니다.

 

다시 한번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당한 많은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님들의 아픔에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폭력은 반드시 근절돼야 합니다. 학생부에 학교폭력 조치사항 기록은 보류하지만, 다른 교육적인 방안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취할 것입니다. 학교폭력으로 눈물 흘리는 학생이 없도록 혼신의 힘을 쏟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년 8월 23일

경기도교육감 김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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