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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기교육정책 칼럼

[모닥불 공동체를 재건해야 할 때]

by 조은아빠9 2026.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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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기간 출생아수 감소로 이한 학생수 감소를 걱정했다. 학교의 소멸이 지역소멸로 이
어지는 것을 지켜 봐았기에 마음이 안타까웠다.
그런데 최근에는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지금 중2 아이들이 태어난 2012년에는 48만명이 태어났다. 2029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22년생은 24만명이 태어났다. 10년 출생아 수가 딱 절반으로 줄었다. 내가 연구한 바로는 이 정도의 급속한 출생아 수 감소는 지구 역사상 없었다.
그런데 최근 걱정이 없어졌다. AI혁명과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는 엄청난 수준의 실업을 가져올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미리 인구수를 줄였다. 수도권 집중과 지역소멸을 걱정했는데 수도권 집중도 장기적으로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
AI혁명과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로 생산성이 극대화 되면 인간이 거의 노동에서 해방된다. 기본소득사회가 오면 극소수의 사람만 직업을 가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긴 여가생활을 누리게 된다. 지금처럼 도파민을 원하는 게임이나 소셜미디어와 동영상에 시간을 보낸다면 많은 사람들은 행복을 잃게 될 것이다.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긴 여가시간을 가졌던 시기는 수렵채집 시기였다. 살린스-리의 주장에 따르면 식량 획득에 주당 12~19시간, 하루 2~3시간 수준이었습니다. 그외에 시간에는 무엇을 했을까요?
남자들은 멍때리고 잠자는 시간이 많았다. 여자들은 수다를 떠는 시간이 많았다. 밤에는 모두 모닥불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수렵채집인의 밤 모닥불 시간 81%는 이야기·노래·춤·의례로 채워졌다(Wiessner 2014). 뛰어난 이야기꾼은 사냥꾼보다 더 선호되는 동반자였다(Smith et al. 2017). 이 활동들은 도파민이 아닌 엔도르핀·옥시토신 체계를 활성화해 내성 없는 지속가능한 만족을 준다. 소셜미디어가 도파민 '원하기'만 자극해 갈망을 키우는 것과 정반대다(Berridge, Lembke 2021).
그런데 자유시간이 많다고 좋은 게 아니다. 하루 5시간 넘는 비구조화된 여가는 오히려 안녕을 해친다(Sharif et al. 2021). 실업자의 34%가 심리적 문제를 겪는다(Paul & Moser 2009). 핵심은 '사회적이고 목적 있는' 활동이다.
여기서 지역소멸 문제와 만난다. 지금 사람들이 서울로 모이는 이유 중 하나는 일자리지만, AI 시대에 원격노동이 보편화되면 거주지 선택의 기준이 바뀐다. '어디서 일하느냐'가 아니라 '어디서 놀고, 누구와 어울리느냐'가 된다.
주4일제·주4.5일제로 늘어난 여가시간을 서울의 상업적 소비 공간에서 보낼 것인가, 지역의 공동체적 여가 공간에서 보낼 것인가. 이것이 지역소멸의 새로운 분기점이다.
영국 연구에 따르면 공예 참여의 심리적 효과는 고용에 버금간다(Keyes et al. 2024). 조기 은퇴자의 자원봉사는 우울을 유의하게 줄인다. 집단 노래와 춤은 낯선 사람도 기존 지인 수준으로 유대시킨다(Weinstein et al. 2016). 이 모든 것이 지역에서 더 잘 작동한다.
지역이 제공해야 할 것은 공장이나 쇼핑몰이 아니라 '모닥불형 인프라'다. 동네 합창단, 메이커 스페이스, 숲 산책로, 세대 간 멘토링, 공동체 텃밭, 수선 카페, 마을 축제. 수렵채집인의 캠프가 그랬듯, 사람들이 함께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만들고 치유하는 공간.
진화인류학에 의하면 인간은 30만 년간 소규모 공동체에서 얼굴을 맞대고 살도록 설계되었다. 그 설계에 가장 부합하는 환경은 서울의 아파트가 아니라 지역의 공동체다. AI가 노동에서 해방시켜준 시간을, 지역에서 모닥불을 재건하는 데 쓸 수 있다면 — 그것이 지역소멸의 가장 근본적인 해법일 수 있다.
스크린을 끄고 모닥불을 켜는 것. 그 모닥불이 지역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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