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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빚진 마음_3월 25일 큐티 나눔

by 조은아빠9 2012.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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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마음 한가운데 늘 빚진 의식이 있습니다. 89년도에 교대를 입학했기에 저는 군대도 면제를 받았고 학비도 면제를 받았습니다. 물론 합법적으로 국가에 의해 주어진 것이지만 대한민국에 정상적인 군생활을 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빚진 마음이 있습니다. 최근 비싼 등록금으로 고생하는 젊은 친구들을 보면서 학비를 면제받은 사실에 대해서도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 인생가운데 3년정도는 돈을 좀 덜 벌어도 내가 가진 것으로 나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좀 나누어 주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기독교인을 떠나 내가 대한민국에 살면서 받은 특혜에 대한 빚진 의식입니다.

교직 생활에도 빚진 마음이 있습니다. 좋은 선배들을 만나 별다른 생각없이 내 가슴을 뜨겁게 했던 일들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저는 어느덧 좋은교사운동의 리더가 되었고 정책위원장이라는 명예를 얻었습니다. 좋은교사운동을 위해 제가 한 것보다 좋은교사운동을 통해 제가 받은 것이 훨씬 많습니다. 평범한 교사로서 누릴수 없는 많은 기회를 얻었고 대접을 받았습니다. 저는 충분히 제 상급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교장이 되어 받을 영광 정도는 내려 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에 학교로 복직하면서 학교가 혁신학교이기에 한반에 22명의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학교 교무회의를 “월드카페”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장실에 들어가는 일이 반에 들어가는 일이나 학년 연구실에 들어가는 일처럼 자연스럽습니다. 혁신학교를 만들기 위해 고생했던 동료교사들에게 빚진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다른 계의 일이라도 제가 잘 아는 일이라면 제가 하는 것에 대해 속이 상하지 않습니다. 업무전담팀에 있기 때문에 업무를 많이 처리해도 불평하기가 어렵습니다.

오늘 아침 눅가복음 20장 후반부의 말씀에서 주님은 사두개인들의 질문에 대해 분명 부활이 있고 부활 이후의 삶은 지금의 삶과 다르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부활로 인해 우리가 받을 영광과 영원한 행복은 말로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부활의 영광은 주님의 피흘림으로 우리에게 선물로 온 것입니다. 영원한 형벌과 영원한 축복을 믿는다면 그것이 자신의 노력과 상관없이 주어진 것이라면 삶의 모든 순간에 정말 빚진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음을 다시한번 묵상합니다. 하지만 내가 아는 많은 그리스도인은 현실의 삶 가운데서 도무지 빚진 마음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현실에서도 복을 받고 내세에도 복을 받으려는 욕심에만 가득차 있지 자신이 받을 복에 대해 자신의 노력 없음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사순절 기간 동안 우리가 거저 받은 것들을 생각하며 내려놓을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조용히 묵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빚진 마음이 우리를 좀 더 주님처럼 살수 있도록 도와줄수 있는 충분한 동기가 되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