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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기교육정책 칼럼

단위학교 자율역량강화라는 명분아래 교육감 힘빼기

by 조은아빠9 2010.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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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는 지난 12월 2일 ‘단위학교 자율역량강화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큰 틀에서는 2008년 4·15 학교자율화 정책의 완성을 위한 대책이라 할 수 있다. 좋은교사 운동은 그동안 학교자율화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그런데 이번 대책은 단위학교 자율역량강화라는 명분아래 6·2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교육감들의 권한을 축소시키는데 역점을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수가 없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직접적인 선출을 통해 대표성을 가진 사람에에 대표성의 크기에 비례해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주요 정신으로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 조직 측면에서 교육감은 교육과학기술부(이후 교과부) 장관의 아래에 있지만 임명직인 교과부장관보다는 선출직인 교육감이 훨씬 국민들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독자적인 권한을 가져야 하는 것이 옳다. 교과부는 이번 대책의 추진배경을 통해 지방교육자치의 원년을 맞이하여 교육감이 교육개혁 추진에 매진할 수 있도록 이 번 대책을 발표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교육성과 중심의 재정지원체제 구축’이라는 항목에서 시·도 교육청의 예산편성에 대해 교과부가 일방적인 지표를 마련하여 평가하고 예산편성에 대해 간섭할 수 있도록 권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구체적으로 교육복지 등의 항목에 대해 투자하는 것도 지원기준을 마련하여 간섭하겠다고 한다. 이는 최근 무상급식으로 대표되는 진보교육감들의 정책에 대해 브레이클 걸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교과부가 ‘교육성과 지표’를 통해 직접 재정을 간섭하고 이에 응하지 않는 시·도 교육청에 대해서는 예산을 적게 주겠다고 밝히고 있다. 선출직 시·도 교육감의 궁극적인 평가는 국민들이 선거 심판으로 인해 이루어져야 한다. 선출직 단체장은 법을 어기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율권을 주어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이다. 교과부는 이런 원리를 무시하고 아직도 교육자치에 대한 인식의 부족을 드러내고 있다.

4·15 학교자율화 조치 이 후 좋은교사운동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중 하나는 학교자율화 조치가 학교장 자율정책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교육청에서 학교로 위임된 권한이 학교안의 구성원을 통해 민주적인 방식으로 분배되고 견제되어야 하는데 관료적 승진체계에서 승진된 학교장에게만 권력이 집중되고 있다. 학교장에게 권력이 집중되기 때문에 학교장으로 승진하는 과정을 통해 학교장이 견제를 받을 필요가 있다. 따라서, 공모제를 통해 교장으로 임명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정부는 공모제를 한다고 하지만 이전에 교장초빙제를 이름만 바꾸어 실시하고 있다. 이 폐해에 대해서는 지금의 교과부 장관인 이주호 장관도 잘 알고 있었기에 국회의원 시절 본인이 직접 평교사들이 지원가능한 공모제 법안을 만들기도 했다. 견제가 없는 권력집중은 늘 부패의 온상이 되어 왔다. 지금도 학교에서 기간제로 고용하는 교사 특히 장기적으로 고용되는 유치원 교사의 경우 교육장, 장학관, 교장의 친인척이나 지인이 독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장에게 교원을 임용하게 할 경우 얼마나 올바른 인사검증 시스템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재정사용 상황에 있어서도 그동안 교육청이 목적사업비 위주로 예산을 집행한 이유는 그만큼 학교단위에서의 재정비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얼마되지 않는 학교예산으로 운용예산의 10%를 사용하여 교장실에 화장실은 만들어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경우와 각종 공사나 수학여행과 관련한 리베이트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최소한 학교안에서 실시되는 공사와 입찰의 경우 항목별 예산지출에 대한 비교싸이트를 만들어서 예산사용의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없이 학교장에게 예산의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특히 초중등교육법에 명시되어 있는 학칙 제정에 대한 교육감 인가 절차를 폐지하고 학교장에게 학칙제정권을 부여하는 대통령령을 신설할 경우 학생인권조례가 무력화 될 수 있다. 학생인권조례에서 학생의 인권 보장을 위한 규정이 있어도, 상위법인 대통령령에 의해 학교장이 학칙제정권을 가지게되면 학교장이 학생들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이번에 발효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에서 학생의 두발 길이를 제한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학교장이 학생의 단정한 용모 지도를 그 학교의 중요한 교육목적이라고 규정해 이를 학칙에 담을 경우 조례를 근거로 학교장을 처벌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체벌의 경우에도 시·도 조례를 통해 체벌금지를 규정하더라도 학교장이 학칙을 통해 체벌규정을 신설할 경우 학교에서 체벌이 가능하게 된다. 학교장의 학칙제정권은 학생인권을 후퇴시키는 조치가 될 것이다.

 

교과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교과부가 직접 학교에 대한 정책을 펼치는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의 교사성과급의 일부분만 학교성과급 제도로 추가 도입하면서 학교사회의 성과급에 관한 혼란을 가속화 하고 학교단위 공통평가지표를 통해 학교별로 교과부의 사업을 강제하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교과부가 제시한 학교평가 공통지표에는 학업성취도평가나 방과후 학교 등 교과부의 주요사업이 학교에 얼마나 잘 시행되고 있나를 평가하도록 되어있다. 교유감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교과부가 전국의 학교를 직접 관리하려는 것은 정말 전근대적인 행태이다. 특히 최근 혁신학교라는 이름으로 공교육 변화의 모델이 되고 있는 교육감들의 정책에 대해서도 학교단위로 간섭하려고 하고 있다. 대부분의 혁신학교가 자율학교로 지정되어 있는데 자율학교에 대한 평가를 교과부 산하의 KEDI가 실시함으로써 교과부의 학교에 대한 직접관리 통로를 마련하고 있다.

 

이번 대책은 형식은 단위학교의 자율역량강화이지만 진보교육감을 힘빼기에 주력하고 기존의 관료제도를 유지한채 학교단위의 경쟁을 통해 성과를 올리려고 하는 부족한 대책이다. 공교육의 변화를 원한다면 6·2지방선의 민심을 수용하여 시·도교육청별로 다양한 교육가치가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교과부가 담당해야 한다. 지금처럼 교과부가 교육감을 소외시킨채 직접 학교를 관리하는 방식은 교육자치의 정신에도 위배되고 중앙집권적인 과거로 회귀하는 결과만 낳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