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를 만들기 위한 서비스]
아내가 복직을 하면서 드디어 핸드폰을 구매했다. 현대에 있어서 핸드포은 본인을 위해 소유하기 보다는 나에게 연락을 하기 위한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는 것인 훨씬 근복적인 존재이유이다. 남편이나 가족을 불편하게 하는 것을 견딜 수 있었지만 직장 상사나 동료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에 아내는 결국 항복을 한 것이다.
아내가 핸드폰을 구매하는 과정은 과도한 서비스와 서비스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핸드폰을 거부했던 아내가 어쩔 수 없어 핸드폰을 사용하게 되었지만 스마트폰이 아니 구형 2G폰을 사용하려고 했다. 주류문화에 저항하려는 아내다운 모습이다. 신상 2G폰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기에 주변 사람들 옷장에 숨어 있던 여러 중고폰을 이용해 신규가입을 하려고 시도했다. 우리에게 중고폰을 건넨 많은 지인들은 중고폰을 자신의 소유한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폰은 통신사 소유였다. 그래서 타인의 명의로 사용할 수 없었다. 폰을 사용하면서 내 것처럼 쓰면 되지 법적인 소유권에는 관심을 둘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결국 대리점에서 구매한 5만원짜리 중고폰으로 개통했다. 개통하는 과정에서 아내는 대리점 직원의 태도에 많이 불쾌해 했다. 최신 스마트폰을 상담한 다른 고객의 경우 1시간 동안 상담을 하고 물건을 구매하지 않았음에도 문밖까지 나가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아내의 경우는 개통도 잘 되지 않아 전화로 불편한 소리를 하고서야 겨우 개통을 했다. 대리점 입장에서 통신사 이동도 아닌 신규가입에 중고폰으로 요금제도 본인이 자유롭게 선택하는 아내는 도무지 매력이 없는 손님이다. 대리점에게 정말 매력적인 손님은 통신사를 변경하고 몇 년간의 약정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고 상품의 노예가 되는 고객에게 대리점 직원은 왕과 같은 서비스를 배푼다. 우리가 방문하는 대형 마트의 친절한 서비스는 어쩌면 우리의 삶을 대형마트의 노예로 만들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부분의 서비스 제공자의 목표는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고객을 우리의 서비스의 노예로 만드느냐는 것이다. 고객의 충성도을 분석하고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온갖 전략을 구사한다. 전략은 간단하다. 지나친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노예로 만드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서비스에 익숙해지면서 우리는 점점 폭군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지나친 서비스의 매력에 빠져 우리 주변 사람들, 또는 나보다 힘이 약한 사람들에게 똑같은 서비스를 기대한다. 최근 항공사 직원들에게 몰상식하게 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논란이 되었다. 사실 우리 주변에 식당이나 가게에서 직원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불편한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하지만 알아야 한다. 우리가 실직을 하게 되거나 나이가 들어 은퇴하게 되어 갑을의 관계가 바뀌면 우리도 언젠가는 지나친 서비의 제공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아마 위치가 바뀌면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보험들어 두는 셈치고 이제 지나친 서비스를 거부하자. 마트 직원들에게 먼저 인사하고, 핸드폰은 가능하면 기계를 구입해서 약정 없이 사용하자. 세상을 거스르면서 유쾌한 삶을 살자. 어쩌면 이런 노력이 본인에게 가장 큰 투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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