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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기교육정책 칼럼

[우체국 이야기]

by 조은아빠9 2025.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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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체신학교 전신인 '체신이원양성소'를 다니셨다. 신문물을 받아들이고 신식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큰할아버지의 생각때문이였다. 체신이원양성소를 졸업하고 할아버지는 하동과 진주 우체국에 근무하셨다. 아버님 말씀에 따르면 진주우체국에는 직장야구부도 있으셔서 촉석루 근처 관사 공터에서 야구구경을 하셨다고 한다. 아버지의 야구사랑은 거기서 시작되었다. 하동 근무시절에 초등학교를 입학하셨고 할아버지와 직원야유회로 가셨던 쌍계사를 가보고 싶다고 하셔서 함께 여행을 한적도 있었다.
 
초기 우체국은 우편물뿐 아니라 전신환을 통해 은행의 업무도 담당했다. 초기 우체국은 지금의 은행과 쿠팡과 택배회사를 합친 곳이였다. 이후 우체국은 우체국 본연의 업무인 우편을 배달하는 이외에 업무를 하나씩 포기하기 시작한다. 은행업무도 초기에 유일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 사업은 본인들의 사업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신생 은행들에게 업무를 전환하고 자신들의 일을 서서히 축소했다.
 
기업물류나 통신판매 사업을 어느 순간 완전히 포기한다. 본인들의 본업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물류와 관련된 가장 강력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었지만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고 판단해서 기업물류나 통신판매 사업을 포기했다. 우체국은 우체국 본연의 업무에 최적화 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이다.
 
문제는 지금은 아무도 편지를 주고 받지 않고 있다. 대무분 이메일이나 소셜미디어를 사용한다. 결과적으로 우체국은 공공우편물이나 택배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지만 다른 택배회사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
 
내가 그 당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체국의 본연의 업무는 사람과 사람들을 연결하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곳이였다.
 
최근 여러가지 데이터를 보면서 초등교사들의 본연에 업무에 대해 고민 중이다. 교사들은 돌봄을 싫어한다. 교사의 업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확장성이 넓은 영역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초등 저학년의 하교시간이 빠르다. 여성의 경력 단절이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시기가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이후이다. 초등 저학년 학교 수업시간의 놀이 전담 시간을 확대해야 한다. 전문교사들의 양성이 필요하다.
반에 치료가 필요하거나 사실상 특수영역에 속하는 아이들이 많다. 우리나라는 2.1%만 특수교육 대상자이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특수교육대상자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교사들에게 미안하지만 교사들 중에 난독증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ADHD나 품행장애 아이들의 행동중재를 위해 행동중재전문가가 필요하다. 교대에서 배우지 않은 영역에 대해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현실에 벽에 부딪혀 이미 이런 전문분야를 공부하고 계신 선생님들도 많다.
 
 
하지만 이것이 초등교사 본연의 업무가 되는 것에 대해 싫어하시는 선생님들이 많다. 돌봄과 특수교육의 영역을 외주하는 방법이 있다. 돌봄실에서 다양한 시간강사를 투입하고 관리 시스템을 위한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다. 언어치료사나 행동중재 전문가들을 학교가 고용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문제는 학생수가 줄고 교사의 수요가 줄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우체국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우체국의 역사가 초등학교의 역사가 될 거 같아 불안하다. 교사의 역할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서 아이들의 행복을 만들어 내는 역할로 확대되기를 소망해 본다.
 
*제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학생수감소가 교사들의 삶이나 신규교사 채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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