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한국사교과서 수정명령 발표에 대한 입장
- 뉴라이트 역사인식 강요하는 한국사 교과서 수정명령 철회하라! -
오늘(29일) 교육부가 끝내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수정명령을 내렸다. 이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완전히 무시한 폭거이며, 교과서 검정제도에 대한 명백한 부정이다. 한국사 교과서를 통해 뉴라이트 역사인식을 학생들에게 주입하겠다는 무시무시한 선언이니, 뉴라이트 세력의 역사왜곡이 마침내 대한민국 역사 교육을 완전히 오염시키고 점령하게 된 것이다.
지난 8월 한국사 교과서 8종의 검정 통과 발표가 있은 후 교과서가 공개되자, 교학사 교과서의 수준 미달이 크게 문제가 되었다. 무수한 사실 오류와 인터넷 자료 베끼기, 식민지 근대화론과 친일 옹호, 이승만 찬양과 박정희의 독재 미화 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교과서로서 최소한의 자격도 갖추지 못한 불량, 편향 교과서가 어떻게 검정을 통과했냐는 질책이 쏟아졌다.
평소 뉴라이트 이념을 전파하기에 여념이 없었던 권희영, 이명희 등 교학사 집필자들은 이런 질책에도 아랑곳없이 오히려 다른 교과서들을 ‘좌편향’으로 몰아세우는 낡은 색깔 공세를 펼쳤다. 교육부와 새누리당도 이에 호응해 교학사 교과서를 비호하고 나섰고, 다른 교과서에도 오류가 있다며 물타기를 시도했다.
그리고 도대체 누가 위원인지도 모를 ‘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해 뉴라이트들이 주장해온 내용을 그대로 반영한 ‘수정권고안’을 만들어 모든 교과서에 수정을 강요했다. 교학사를 제외한 7종 교과서 집필자들이 이런 불법적인 수정권고를 거부하고 자체 수정안을 발표하자, 교육부는 또 다시 정체불명의 ‘수정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이제 ‘수정명령’까지 내린 것이다. 참으로 어이없는 ‘교학사 교과서 구하기’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수정명령’의 핵심은 한 마디로 “현대사 서술을 교학사처럼 하라.”로 요약할 수 있다.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서는 식민지근대화론이나 노골적인 친일파 옹호 서술을 고치는 시늉만 내게 한 대신, 다른 모든 교과서들에 대해서는 현대사 부분을 교학사처럼 반공, 반북, 냉전적으로 서술하도록 강요한 것이다.
역사학계의 연구 성과는 무시하고 뉴라이트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수용했으며, 원 사료조차 수록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민주주의와 인권, 화해와 평화 등 보편적 가치를 중심으로 더 나은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교과서를 버리고, 개발과 독재, 냉전과 대결을 강조하는 유신 시대 교과서로 돌아가겠다는 퇴행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북한과 정통성 경쟁을 벌여야 할 만큼 취약한가? 아직도 북한 때리기를 통해서만 체제의 우월성을 드러낼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생각이야말로 우리 국민의 민주 역량을 부정하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이며, 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스스로 갉아먹는 행위이다.
게다가 당장 내년부터 사용할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이제서야 수정명령을 내려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혼란을 자초하는 교육부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11월 29일(금) 수정명령을 내리고 12월 2일(월)까지 수용 여부를 밝히라고 압박하면서 12월 6일(금)까지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는 교육부의 계획에는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교과서 수정이 그렇게 하루 이틀에 후딱 해치울 수 있는 땜질 공사인가? 수정본 제출 이후에도 전시본 제작, 배포에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각 학교에서 올해 안에 제대로 검토, 채택, 주문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심히 의문이다.
집필자들은 학문적 양심에 따라 수정명령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 경우 검정 취소를 협박했으므로, 출판사가 이 협박에 굴복해 집필자의 동의 없이 교과서를 임의 수정해 제출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2008년에 이미 그런 방식으로 금성출판사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를 수정하도록 했던 교육부는 올해 11월 7일 최종 패소하였다. ‘검정에 준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패소를 의식해 교육부는 부랴부랴 ‘수정심의위원회’를 급조했지만, 그렇다고 수정명령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검정 업무는 국사편찬위원회가 수행했는데 수정심의위원회는 교육부가 구성했고, 그 구성원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으며 활동 기간도 극히 짧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검정을 거친지 3개월 만에 수정명령을 발동한 것은 명백한 재량권 남용에 해당된다.
우리 헌법은 3.1운동으로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4.19혁명의 민주 이념을 계승하고 있다.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의 유지와 평화통일의 과제도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의 수정명령은 이런 헌법 정신도 명백히 훼손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게 불법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수정명령으로 인해 검정제는 그야말로 껍데기조차 남지 않게 되었다. 정부가 앞장서서 ‘역사 내전’을 도발하고, 국민을 갈가리 찢어놓는 이런 사태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정말 유신시대 국정 교과서로 되돌아가겠다는 말인가?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당장 이 부당한 수정명령을 철회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민주주의 퇴행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우리는 현 집권세력과 뉴라이트의 역사교육 장악을 막기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법적 대응뿐만 아니라 범국민적인 저지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끝>
2013. 11. 29
친일·독재미화 ‘뉴라이트교과서’ 검정무효화 국민네트워크
(사)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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