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경기교육이 꿈꾸는 ‘행복한 교육공화국’
우리의 미래를 여는 길입니다.
임진년 새해가 환하게 밝았습니다.
새해를 맞는 기쁨에 앞서, 꽃다운 우리 아이들의 계속되는 죽음 앞에 옷깃을 여미며 깊은 슬픔에 잠깁니다. 부디 우리 어린 생명들이 스스로의 목숨을 고민하지 않도록, 서로를 섬기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교육감이 해야 할 모든 책임을 다 할 것을 다짐합니다.
지난 한 해, 우리 모두 참으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우리 사회와 교육현실을 직시하고 성찰하면서 행복한 교육의 새 틀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교육적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대한 무력감으로 손을 놓고 있을 때, 야만적이고 비정한 교육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출구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우리 아이들이 먼저 깨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도 위축되지 않았고, 미성숙한 아이들에 대한 불안한 시선을 당당하게 이겨내면서 정당한 권리의식과 시민의식으로 성장하는 자율의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학교와 선생님들의 관심과 지원 속에서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며 학교생활의 즐거움과 자발적인 의욕을 보이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재와 응징, 불신과 반항으로 악순환을 거듭하던 지도방식은 교사들 스스로 인권에 대한 잠재적인 피해자가 아니라 학생인권의 일차적인 옹호자임을 자각하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교실이 교감과 소통의 교육적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지난 한 해는 무너져가는 우리 교육의 공공성과 공동체를 혁신의 이름으로 복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찾아낸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싹틔우고 보살핀 소중한 의제들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를 만들었습니다. 누구나 차별 없이 존중받는 보편적 복지의 시대, 거스를 수 없는 인권의 시대, 관료적 개혁의 한계를 넘는 자발적 개혁과 문화혁신의 시대, 학생과 교사가 교육의 중심으로 대접 받는 시대, 그 시대를 향한 경기교육가족의 발걸음이 한국교육의 길을 새로 만들어 나가거나 넓혀가고 있습니다.
‘행복한 교육공화국’을 꿈꾸는 경기혁신교육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격려는 교육을 바르게 세우는 일에는 진보와 보수, 계층과 세대가 따로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힘을 모으면 교육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존경하는 경기도민, 그리고 경기교육가족 여러분!
지구촌과 한반도는 지금 위기와 혼돈의 시대입니다. 세계적인 금융·재정 위기는 기존 자본주의적 질서의 재편을 예고하고 있고, 정치적 자유와 민주화를 요구하는 들불은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들을 무너뜨렸습니다. 급변하는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정세는 향후 한반도와 동북아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안정을 위한 운명적 선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가치와 규칙이 허물어지고 새로운 생각과 질서를 찾는 노력이 인류 전체의 숙제로 주어진 시대입니다. 새해는 인류 전체가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미래의 운명을 건 치열한 모색과 실천을 거듭하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
교육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짧은 기간에 놀라운 교육적 성과를 일군 교육 강국입니다. 교육을 통해서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적 정의가 구현되었고, 교육을 통한 성공이 만든 무한 교육열은 경제 성장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변했고 기존의 가치는 효용을 다해가고 있습니다. 양극화가 극단으로 진행되는 사회에서 공정한 경쟁과 교육의 기회균등에 대한 믿음은 약해지고 있습니다. 기계적 암기 학습이 상상력과 창의력을 고갈시켜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기르지 못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학생들의 삶과 문화가 위태롭습니다.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왕따와 폭력, 공감능력과 도덕성 부재, 약해진 자아존중감과 생명경시 풍조, 각종 중독, 유행이나 물질에 대한 과도한 집착 등 청소년들의 일그러지고 뒤틀린 문화는 참으로 복잡하게 엎드려 있는 한국형 교육의 역설입니다.
참된 교육개혁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과 기능도 새로워져야 합니다. 현 정부는 경쟁과 효율을 중심에 둔 정부 교육정책의 기조가 불러 온 우리 교육의 난맥상을 겸허하게 성찰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좋은 정부는 학교와 교사의 자율적 능력과 책임감을 믿는 정부입니다. 일방적 기준에 의한 평가를 통해 손쉽게 통제하고자 하는 관료적 발상을 과감하게 버릴 줄 아는 정부입니다. 또한‘잘 뽑는 선발효과’가 아닌 ‘잘 가르치는 교육효과’에 주목하는 것을 좋은 교육정책의 기본으로 삼아야 합니다. 고교다양화 정책 실패 등에 대한 억지 변명, 퇴행적인 교육자치 침해, 인권 감수성 부재가 낳은 부당한 간섭과 교육과정에 대한 정부통제 등은 시대정신과 교육현실에 대한 독해능력 부족에 다름 아니며, 결과적으로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더욱 깊게 할 뿐입니다.
존경하는 경기도민, 그리고 경기교육가족 여러분!
2012년은 각종 선거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국민들이 선택하는 해입니다.
한국사회가 나아갈 미래의 비전을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야 하는 해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새해에는 잘못된 우리 교육의 어둠을 걷어내고 대한민국 교육 혁신의 발원지인 우리 경기도에서 교육적 본질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행복한 교육공화국’을 앞장서서 건설해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2012 경기교육은 협력, 신뢰와 같은 새로운 가치와 질서를 정착시키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협력과 성찰, 공동의 책무성을 문화와 제도로 정착시켜 온 나라들 대부분이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되는 건강한 선진사회를 이룩한 것을 눈여겨보아야 합니다. 인간이 건강한 이타심으로 서로를 보살펴주는 관계는 개인과 사회의 안정감과 함께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형성합니다. 따라서 협력과 호혜의 교육 시스템은 시장의 효율과 경쟁에만 맡겨진 세계보다 훨씬 더 근본적 경쟁력과 경제적 효용을 가진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좋은 교육은 한 개인이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임과 동시에 그것을 공공의 가치와 이익과 조화롭게 통합시키는 것입니다.
2012 경기교육은 시대가 당면한 요구에 대한 사회적 역할을 다하여야 합니다.
우리의 교육은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정치적 민주화와 사회적인 평등,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과 보편적 복지제도가 두루 잘 정착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합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인류애에 바탕한 건강한 국가간 질서와 협력방안에 대한 인식능력을 일깨울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를 짓누르는 이기적 게임이 아닌 서로의 가치를 높이는 협력과 호혜의 능력을 설계하고 정착시키는 교육이어야 합니다.
2012 경기교육은 모든 학교와 교사가 교육의 주인으로 생생하게 살아나야 합니다.
자율적이고 민주화된 학교 단위의 자치역량과 교육문화는 혁신의 핵심입니다.
행정적, 법적 수준에서 더 많이 주어지는 자율권은 교육주체들에게 권한과 책임이 골고루 나누어지는 가운데 능동적인 상호작용과 협력 속에서 ‘우리 학교’만의 색깔과 특징을 찾아가는 기회로 쓰여야 합니다. 정당한 권한은 항상 밑에서부터 올라 온 것이어야 하고 학생들에게도 더 많은 권한과 참여의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민주주의가 손쉬운 방법을 멀리하는 것처럼, 민주적인 학교는 교사와 학생의 민주적인 능력의 체득을 위해 인내와 자제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공적인 학교는 교육주체들이 열린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학교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끊임없이 길을 묻는 학교입니다. 교육이야 망가지든 말든 ‘나의 이해’를 중심으로 사고하거나, 개선에 참여하지 않는 냉소와 무관심 속에서는 우리 교육과 사회가 당면한 난제를 결코 풀어나갈 수 없습니다.
2012 경기교육은 진정으로 선생님을 존중하고 격려하며, 올바른 교육적 실천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시공간을 넘어서 교육의 핵심은 선생님이며 선생님의 존재가 곧 교육과정입니다. 특히 급변하는 사회문화적 환경과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학생들 앞에서 교사 개개인의 역량과 노력만으로는 효과적인 대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도 최근 여러 자발적인 교사커뮤니티에서 교사들 스스로 ‘열공 모드’를 만들어가는 모습은 우리 교육의 희망이라는 이름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청과 학교는 이러한 선생님들이 학생지도에 헌신하고 전념할 수 있도록 제도적, 행정적 지원책을 총동원해야 합니다.
그리고 선생님들께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고 길을 물어야 합니다. 젊은 선생님은 경험을 공부해야 하고 경력이 많으신 선생님은 새로운 지도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아이들과 참되게 소통하기 위하여 교사와 교육계가 먼저 각자의 방식으로 나눔과 연대의 학습공동체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의 감동을 나누어야 합니다.
지난 한 해 제가 행복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새로운 교육과 학교문화를 일구는 모든 자발적인 혁신의 현장에는 예외 없이 우리 경기도 선생님과 경기도의 학교들이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분들의 뜨거운 열정과 실천을 보면서 우리 경기 혁신교육이 우리 사회의 희망과 미래를 여는 ‘행복한 교육공화국’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선생님 여러분! 참으로 고맙습니다.
부디 건강 살피시면서 오래도록 지치지 않는 힘을 내어 주십시오.
존경하는 경기도민, 그리고 교육가족 여러분!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는 나라에서 그 이상의 수입은 행복과 무관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나라들은 최근 몇 십 년 동안 수입이 몇 배나 늘었지만 행복하다는 국민의 비율은 더욱 낮아졌습니다. 상대적으로 행복감이 높은 나라와 사회는 개별화된 무한경쟁의 시장모델보다 공동체의 삶의 질을 강조하는 사회였습니다.
교육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공감과 협력중심의 교육방식이 장기적으로 더 큰 교육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임을 이제는 우리 모두가 깨달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미래에 대한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불안한 미래를 헤쳐 나갈 출구를 한국 교육의 새로운 르네상스시대를 여는 것에서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경기도민, 그리고 교육가족 여러분!
교육감인 저의 진심을 믿고 이해와 격려를 보내주시는 분들을 뵐 때마다 참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욱 힘을 내게 됩니다. 저는 경기도 학생과 선생님, 학부모님 모두의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한 좋은 교육의 꿈이 헛되지 않도록 모든 순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여러분과 함께 맞잡은 손과, 함께 꾸는 꿈이 우리 교육의 벅찬 미래를 만들 수 있음을 한 순간도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아름다운 꿈과 실천의 손길이 있는 곳에 언제나 낮은 자세로 함께 할 것임을 굳게 약속드립니다.
새해에는 용의 기운을 받으시어 부디 강건하시고
가족, 이웃과 더불어 더욱 행복한 한 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12년 새해 아침
경기도교육감 김 상 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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