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세월호 참사의 아픔 속에서 우리는 카네이션을 달 수 없습니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엄마의 가슴으로
“미안합니다. 분노합니다. 함께합니다.”
1. 카네이션을 달아줄 아이들이 차디찬 바다 속에 있습니다. 어른들이 보호해줄 것이라고 믿었던 아이들, 정말 미안합니다.
지난 4월 16일 진도 앞바다를 지나던 세월호는 순식간에 침몰했습니다. 이 일로 수학여행 길에 올랐던 단원고등학교 학생들 상당수가 생명을 잃거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도저히 상상되지 않고 이해할 수 없습니다. 침몰할 때까지도 우리 아이들은 믿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자신을 보호해 줄 것을, 위험에 처한 자신을 결코 버릴 리가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몇 분 후에 닥칠 비극적인 운명을 예감하지 못한 채 웃고, 떠들고, 장난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대 어른들 아니 우리들은 그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믿음을 배반했습니다.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잃어버린 권력이, 탐욕적이고 이기적인 기성세대가, 돈과 권력을 얻으면 모든 것을 얻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 시대의 문화가 아이들의 믿음을 배반한 것입니다. 아이들을 죽인 것은 사고가 아니라 어른인 우리의 이기심이 죽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안합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되고 지금도 실종된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통탄스럽습니다.
2. 단 한 명의 아이도 구해내지 못한 정부의 무능과 거짓, 우리는 분노합니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고,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의무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한민국의 주권이 과연 국민에게 있는 것인지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과연 국민을 보호할 의지가 있는 대통령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이 주인 된 나라, 또 헌법에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중요한 책임으로 규정한 나라라면 위기에 처한 국민의 생명을 이렇게 다룰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 해결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는 무능력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온갖 거짓으로 국민을 속여 왔습니다. 또한 언론은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거짓을 보도하고 혼란을 부추겼습니다. 책임자들은 자신들의 책임을 벗기 위하여 가증스런 위선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온 국민이 아이들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과정을 생중계 화면으로 지켜보며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진실은 무엇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단 한 명의 아이도 구해내지 못한 정부의 무능과 수습과정의 책임, 언론의 기만에 분노합니다. 반드시 진상을 규명할 특검을 실시하고 책임을 져야할 사람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3. 아이는 부모의 생명입니다. 아이를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은 것입니다. 세월호 사건의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위로를 보내며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생명과 같은 존재입니다. 부모에게 있어 아이를 잃는 것은 생명을 잃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생명과도 같은 아이들을 잃은 것과 같은 깊은 슬픔에 빠져있습니다.
부모들의 애가 끓고 피눈물이 흐르는 시간이 23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생명을 잃은 이가 269명이 넘고 아직도 생사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실종자가 35명(5월 8일 기준)이나 됩니다. 그 중 대다수는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입니다. 소풍을 떠났던 아이가 죽은 시신으로 돌아오고, 팽목항에서 깊은 바다 속에 묻힌 채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아이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눈물짓는 부모와 가족이 수백에 이릅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이 국민들은 무기력과 서러움에 빠졌습니다. 충격은 피눈물이 되고 켜켜이 분노가 쌓였습니다. 국민의 안전에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 이런 나라에서 아이를 키울 수 없습니다.
온 국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사고가 난지 20여일이 지나도 진심어린 사과를 하지 못하고 있는데, 오히려 국민들이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자식을 낳아 기르는 부모이기에 애끓는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학부모들은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을 함께 느끼며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드리면서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 우리는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고 무능하고 무책임한 나라에서 아이를 키울 수 없습니다.
철저한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 우리는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기만을 강요해왔습니다.
통제와 경쟁 교육의 틀을 전면 개편하여야 합니다.
-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기 위하여 특검을 실시하고, 책임져야할 사람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 우리 아이들을 가족 품으로 돌아오게 하여야 합니다.
정부와 언론은 무능과 거짓으로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두 번 죽였습니다.
국민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십시오.
2014년 5월 8일
(사)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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