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홍인기교육정책 칼럼

곽노현 사퇴를 촉구하는 사람의 변명

by 조은아빠9 2011. 9. 1.
728x90

곽노현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빨리 사퇴해야한다는 입장을 가진 사람으로 이번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깨달은 점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을 정리해 볼까 한다.

저는 좋은교사운동의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고 ‘2010서울교육감 시민선택’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8월 29일 서둘러 곽노현 교육감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일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고, 회원 단체에서는 회원들이 단체를 떠나는 아픈 일을 격었다. 개인적으로도 성명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다른 단체의 존경하는 선배와 사소한 일로 얼굴을 붉히는 일을 경험하기도 했다. 불편한 마음으로 일을 진행하면서 생긴 일이다.

사퇴촉구 성명서는 검찰이 발표한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곽노현의 기자 회견에서 밝힌 사실에 근거했다. 2억을 준 것에 대해 교육감으로서 부적절했다는 것에는 대부분 사람들이 동의한다. 다만, 이 사안으로 교육감이 사퇴해야 할 일인가에 대해선 이견이 뚜렷하다. 사퇴를 촉구하는 입장에서는 사퇴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반응이 당혹스러웠다. 곽노현 교육감이 특수 관계에 있는 박명기 교수에게 2억이라는 거금을 주었다라는 사실을 공표할 때 누구나 실망하고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이내 이 문제로 검찰에 놀아나서는 안 되고 지금 당장 사퇴해서는 안 된다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곽노현 주변에서 곽노현을 인간적으로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비슷한 반응을 보인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곽노현에 대해 생면부지인 많은 사람들의 마음도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당혹스러웠다. 도대체 뭘까? 이들의 마음이 이렇게 흘러가는 까닭은 뭘까? 나를 가장 당혹스럽게 했던 사람은 평소 곽노현 교육감의 일부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의견을 가져왔던 선생님이 이 사건이 발생하자 공개 이메일을 통해 자신은 곽노현의 편에 서겠다고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진심이 묻어 있었다. 게시판 가득 사퇴 성명서에 대해 대표 사과를 요구하는 회원들의 구구절절한 글에서도 그들의 애타는 마음이 있었다. 순간 내가 오판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만큼 그들의 마음이 전해졌다.

몇가지 점에서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검찰의 표적수사를 통해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받은 일이 얼마나 많았는가? 하지만, 검찰에 대한 불신으로만은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본질적으로 이 사건이 한명숙 사건과는 다르다고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고 수많은 글을 읽으면서 곽노현 사퇴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글에서 공통으로 드러나는 이름이 있었다. ‘노무현’. 노무현에 수사 당시 검찰은 끊임없이 수사사실을 흘리면 끝끝내 노무현을 죽음으로 몰았고 그 과정에서 마음만으로 안타까워하다 공개적으로 그의 편에 서지 못하고 주검으로 그를 맞이해야 했던 우리 속의 상처가 다시 되살아 난 것이다. 이 부분에서 나의 논리는 멈추었고 사람들의 마음이 더 깊이 다가왔다.

논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하지만 논쟁 속에서 칼날을 거두었으면 한다. 사퇴를 촉구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편치 않다. 그들을 향해 기회주의자, 흙탕물 튀기를 두려워하는 결벽주의자라는 감정 섞인 소리는 거두어들었으면 한다. 반대로 곽노현 사퇴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맹목적 지지자, 패거리주의라는 날선 공격도 멈추어야 한다.

많은 논쟁이 결국 감정의 상처와 분열로 끝나는 경험을 종종하곤 한다. 논쟁의 목적은 우리의 올바른 판단에 근거한 올바른 행동을 위한 것이지 원수를 만들기 위함이 아니다. 최근 곽노현 논쟁이 심해지면 이 논쟁이 필요하지 않는 상처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게 된다. 곽노현 사퇴를 촉구한 제가 생각하는 가장 기쁜 결과는 곽노현이 사퇴하는 것이 아니라 미안하다는 성명서를 내는 것임을 헤아려 주기 바란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