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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교육

교사들 ‘스마트교실’ 딜레마

by 조은아빠9 2012.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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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522287.html 

플 좇자니 장비 버겁고
삼성 좇자니 콘텐츠 기근

■ 콘텐츠는 있는데…

손지원 경북 구미고 교사는 지난 2월 교원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이 주최한 ‘아이북 오서’(iBooks Author, 애플의 디지털 교과서 제작 프로그램) 연수를 받았다. 손 교사는 “전문적인 기술 없이도 누구나 완성도가 높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만든 디지털 교과서를 당장 수업에 활용할 수는 없다. 애플이 이를 아이패드에서만 볼 수 있도록 해, 실제 수업이 가능한 하드웨어를 갖추려면 모든 학생이 아이패드를 가져야 한다. 그는 “지금으로서는 일반적인 파워포인트 파일을 시연하는 것처럼 내 아이패드를 프리젠터에 연결해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며 아쉬워했다.

■ 하드웨어 구축했지만…

전남 완도 노화초는 지난해 10월 삼성이 구축한 ‘스마트 교실’을 한 학급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 김도형 교사가 지난해 삼성의 스마트 교실 구축 사업에 지원해 선정된 결과다. 삼성은 전자칠판과 교사용 피시, 학생들이 쓸 수 있는 갤럭시탭 등 장비를 지원하고 교사가 실제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관리 솔루션과 무선 인터넷까지 구축해줬다. 문제는 콘텐츠다. 김 교사는 “지난해에는 기존에 나온 시디 형태의 ‘이(e)-교과서’를 활용했다”며 “삼성이 교과서와 학습 콘텐츠, 문제집 등을 제공하는 ‘러닝 허브’를 개통한다고 해서 그것만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학교 수업에 태블릿피시를 활용하고자 하는 ‘얼리어답터’ 교사들이 아이패드와 갤럭시탭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아이북 오서의 경우 교사가 직접 교과서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교사들이 선호하고 있다. 김현섭 서울 구현고 교사는 “스마트 교육의 핵심은 교사가 주도성을 갖고 콘텐츠를 만들어 학생들과 공유하면서 수업하는 것”이라며 “다만 아이북 오서를 사용하기 위해 매킨토시랑 아이패드를 갖추는 데만 2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들고 학생들도 아이패드를 갖고 있어야 해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노화초와 서울 계성초 등 일부 학교에 갤럭시탭을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교실을 만들어주고 있다. 정부도 세종시에 신설되는 4개 초·중·고교의 모든 학급을 태블릿피시를 쓸 수 있는 스마트 교실로 구축하고 있다. 조기성 서울 계성초 교사는 “아이패드 사용을 고민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태블릿피시로 수업을 하려면 교실 환경을 꾸며야 하는데 이런 복잡한 과정을 외국 기업인 애플에 맡길 수는 없는 일”이라며 “아이북 오서와 같은 프로그램이 국내에서도 개발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양쪽의 장점을 결합한 ‘스마트 교육’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홍인기 전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한국 정부와 기업이 장비와 환경을 구축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 교실 수업을 혁신할 교사들이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는 프로그램 지원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