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수석부위원장 당선자 기자회견 전문
안녕하십니까?
제16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선거에서 위원장-수석부위원장에 당선된 김정훈-이영주입니다.
이번 선거는 앞으로 2년 동안 전교조가 추구할 가치와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였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전국 9,000여개 학교분회에서 6만여명의 조합원들이 전교조의 항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저희는 전국을 누비며 조합원들을 만나 우리 교육현실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앞길을 찾았습니다.
저희가 목격한 학교현장은 위기, 그 자체였습니다. ‘평등한 보편교육’이라는 공교육의 기본원리가 무너지고 ‘경쟁과 차별’의 논리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입시에 대한 끝없는 압박감 속에서 꿈과 희망을 잃은 채 황폐해지고 있습니다. 교사들은 무너지는 교실에서 깊은 절망과 분노에 휩싸여 있습니다.
이번 선거는 대통령 선거와 거의 동시에 치러지는 시기적 특성과 맞물려, 우리 교육 전반을 진단하고 변화 가능성을 모색하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오늘의 교육위기는 교육적 가치를 경제논리에 종속시키는 잘못된 교육정책으로부터 비롯된 면이 큽니다. 잘못 끼운 첫 단추를 바로잡지 않으면, 바람직한 교육적 시도도 미봉책에 그치거나 실패하게 마련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교조 선거는 비단 전교조 뿐 아니라, 새로 출범하는 차기정부와 함께 향후 우리 공교육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선거를 치르면서 조합원들은 지난 6년을 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78.9%라는 높은 투표율이 말해주듯이, 우리 교육현실에 대한 깊은 고민 속에서 저 김정훈-이영주를 선택했습니다. 앞으로 2년 동안 전교조의 이끌어 갈 방향타를 맡겨 주셨습니다.
조합원들의 요구는 분명합니다. 시장주의 경쟁교육의 폐해를 중단시켜 달라, 학부모-학생의 보편적 교육권을 보장해 달라, 교사의 자존감과 자율성을 보호해 달라, ‘절망의 교육’을‘희망의 교육’으로 바꿔달라, 무기력한 전교조를 다시 우뚝 세워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전국16개 지부 중 경선이 이루어진 9개 지부에서도 저와 정책을 같이하는 후보들이 지부장으로 당선된 것을 보면서,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저는 조합원들의 뜻에 따라, 임기 동안 다음과 같은 일에 힘쓰고자 합니다.
첫째로, 전교조가 23년 동안 지켜온 참교육의 열정을 되살려, 이명박 정부가 뿌려놓은 시장주의 경쟁교육의 폐해를 근본적으로 고치겠습니다. 입시교육은 소수의 승자를 만들기 위해 대다수를 패배자로 만듭니다. 소수의 경쟁력을 위해 다수의 교육권을 포기하는 것은 교육이 아닙니다. 입시교육의 근본적 해소를 위해, 경쟁의 뿌리인 ‘학벌주의’, ‘경쟁주의’ 타파에 나서겠습니다. 고등교육을 원하는 빈곤층 학생에게 ‘진입방지 턱’으로 작용하는 비싼 대학등록금을 획기적으로 낮추도록 차기 정부를 설득하겠습니다. 부유층 학생을 위한 편법으로 이용되고 있는 복잡한 입시제도도 단순화하겠습니다. 생애 초기부터 경쟁을 고착화하는 일제고사 같은 나쁜 제도를 중단하도록 정부를 설득하고, 학벌주의의 뿌리인 대학 서열체계 완화를 위해 차기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하겠습니다.
둘째로, 좌절과 절망의 늪에 빠진 학생-학부모에게 ‘희망의 교육’을 돌려드리겠습니다. 공교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보편적 권리입니다. 모든 아동은 부모의 재산과 사회적 지위와 무관하게 질 높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 권리를 보장하지 않았습니다. 거꾸로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하고, 막대한 경쟁비용을 학부모에게 전가하여 교육의 불평등을 심화시켰습니다. 국민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평등하게 보장하고, 공교육의 품 안에서 능력을 깨우고 발전시킬 기회를 보장하도록 하겠습니다. 부모가 가난하다는 이유로 삶의 초기단계부터 배제되는 학생이 나와선 안 됩니다. 이것을 위해 교육복지를 전면 확대하고, 교육기회를 평등하게 부여하고, 농어촌 소규모 학교를 더 지원하고, 소외지역 소외계층 학생이 용기를 갖도록 교육기회 확대에 힘쓰겠습니다.
셋째로, 교사들에게 가르치는 보람과 기쁨을 돌려드리겠습니다. 입시위주 교육은 대다수 학생을 패배자로 만들고, 패배자가 된 학생은 ‘수업방해 학생’이 됩니다. 아무리 열정적인 교사도 그 앞에 서면 절망의 늪에 빠집니다. 입시명문고 부활, 고교 선택제, 자율형 사립학교, 수준별 이동수업은 부유층의 이기적인 욕구에 부응하는 차별화 정책입니다. 그것은 대다수 학생의 교육적 성취를 떨어뜨리고 교육 양극화를 심화시켰습니다. 전교조는 고교평준화를 전면 확대하고, 설립취지와 동떨어진 특수목적고를 일반고로 되돌리고, 고교선택제를 폐지하고, 실패작으로 드러난 자율형 사립고를 폐지하라고 정부에 요구하겠습니다. 교사를 교육의 주체로 올바르게 세우려면 교사의 전문성을 기르고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줘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학급당 학생수를 OECD 평균수준으로 줄이고, 교원 배치기준을 강화하고, 교사의 행정업무를 과감히 없애야 교사가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 또 교사의 전문성 자율성 확대를 위해 ‘교무회의 의결기구화’, ‘교원 안식년제’, ‘자율연수의 내실화’를 정부에 요구하겠습니다.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하여 교원간 소통과 협력을 가로막는 ‘교원평가’, ‘차등성과급’ 폐지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넷째로, 교사들의 자발적인 교육혁신 운동을 최대한 지원하겠습니다. 최근 일부 학교에서 기존의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교육혁신 운동이 전개되는 것은 주목할 만한 교육적 시도입니다. 아직은 시작단계지만, 교육혁신 운동은 입시위주 주입식 교육을 탈피하고 교사와 학생을 교육의 주체로 올바르게 자리매김하려는 값진 노력입니다. 전교조는 교사들의 이런 자발적인 운동을 높이 평가하고, 소중한 결실을 맺어 전국의 모든 학교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교육청이 행정 재정적 지원을 늘리도록 요구하겠습니다.
다섯째로, 국⁃영⁃수 중심의 입시대비 교육과정에서 탈피하여, 폭넓은 인문⁃자연⁃예술적 교양은 물론 생태⁃환경⁃평화⁃탈핵의 가치를 담은 ‘미래지향적 교육과정’을 채택하도록 정부를 설득하겠습니다. 이것을 위해 정부에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고, 우리 공교육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이끌어내겠습니다.
여섯째로, 우리 공교육의 절반을 맡고 있는 사립학교에 대한 공적 통제를 강화하는 데에 힘쓰겠습니다. 재단 전입금 없이 학교운영비와 교원 인건비를 거의 전적으로 정부보조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사립학교는 사실상 ‘준 공립학교’입니다. 따라서 건학이념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학교운영과 교원인사에 대해 공공의 감시와 통제가 필요합니다.고질적 사학비리와 전횡은 사립학교가 공적 통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전체 학령아동의 절반이 다니는 사립학교에 대한 적절한 통제는 공교육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도 꼭 필요합니다. 전교조는 국회에서 사립학교법이 다시 개정될 수 있도록,차기 정부와 적극 협력하겠습니다.
전교조는 지난 6년의 침체와 무기력을 딛고, 다시 힘차게 ‘교육혁명’의 발걸음을 내디딜 것입니다. 무너지는 학교에는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습니다. 교사도 학생도 학부모도, 소수만을 위한 ‘불공정 게임’을 더 이상 용납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제 ‘경쟁과 차별의 교육’ 패러다임을 ‘협력과 발달의 교육’ 패러다임으로 바꿀 때가 되었습니다. 전교조가 그 일을 시작하겠습니다.
끝으로, 선거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전교조를 아끼고 지지하시는 분들에게 큰 걱정을 끼쳐드렸습니다. 공정해야 할 교원단체 선거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 입이 백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다행히 조합원들은 투표를 통해 “이런 일이 또 일어나선 안 된다.”고 분명히 경고했습니다. 전교조는 상처를 스스로 드러내고 치유할 수 있는 자정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상식과 합리의 기준으로 전교조의 도덕성과 민주적 원칙을 다시 세우고, 실추된 신뢰와 명예를 되찾겠습니다.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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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16대 위원장-수석부위원장 당선자 김정훈-이영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