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에 살기
아버지를 많이 사랑했습니다.
힘든 인생을 살았던 아버지의 은퇴 후 삶도 계속 마음이 아팠습니다.
고양시에서 정선 구절리까지 먼 거리를 갈때 한번도 기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살던 그 마을도 좋아했습니다. 동네분들과 동네교회를 위해서도 기도했습니다.
처음 가셨을때 그곳에 기차가 들어오고 학교가 있고 관광객들이 많았습니다. 여름이면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마을이였습니다.
학교가 분교가 되고 이후 그마저 사라지고 관광객의 발걸음도 줄어들고 젊은이들은 모두 떠나는 마을에 아버지는 살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고양시에 사는 제가 지역의 소멸이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사랑하고 마음이 쓰이면 기여하고 싶어집니다.
아이가 세명 있습니다.
많이 사랑합니다.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사랑합니다.
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조금은 제정신이였으면 좋겠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방법에는 말도 안되는 세상에서 남들이 우습게 여기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래서 학벌을 갖게 하고 재산을 남겨 주고 싶어합니다.
저는 이 세상이 우리 아이들을 괴롭히지 못하고 부당하게 대우하지 않는 세상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을 온통 폭력과 힘의 논리로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가 너무 사랑하는 어떤 분은 이천년 전에 그런 세상의 방향을 틀려고 당시 가장 고통스러운 십자가형을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우주위에 조그마한 이 지구별이 단 한순간이라도 사랑없이 우연히 지켜지리라는 것은 상상 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의 사랑으로 이 지구별이 망망한 우주를 항해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이 좁은 땅에 함께 살고 있는 거지 같은 그들도 사랑해야 할 텐데 쉽지 않네요. 일요일 아침, 조용히 세상이 밝아오는 아침, 많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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