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발표가 정부의 반성으로 이어져야
일진발표가 정부의 반성으로 이어져야
홍인기(상탄초 교사)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폭력에 대한 전수실태조사 결과를 4월에 학교정보공시나 가정통신문을 통해 공개하겠다는 설명자료를 발표한바 있다. 특히 일진인식 비율에 대해서는 '우리 학교에 일진이 있다'는 응답이 한 명 이상 나온 학교 9579개교에 대해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통해 공개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학교폭력근절에 관한 교과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고, 용기를 가진 한명의 학생이 학교의 실태를 고발한 것에 대해 소중한 목소리로 듣겠다는 자세는 올바른 것이다. 하지만, 전국 학교의 82%에 해당되는 학교가 처음으로 학교에 일진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가정에게 알릴 경우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수많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많은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일진을 인식하는 학생이 한명이라도 있다는 사실이 실제로 일진이 존재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매우 많다. 설문조사란 기본적으로 조사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때로는 응답자가 실수하는 경우도 있고, 일진에 대해 어른들이 인식하는 것과 아이들의 인식이 다르기에 다른 의미에서 표시할 수도 있다. 또한 많은 경우 전년도에 조사한 결과이기에 일진으로 인식된 학생들이 졸업하고 학교에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수많은 오류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이 점을 고려해서 데이터가 부모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진인식 비율을 가정통신문으로 접한 학부모들은 당장 두려움과 걱정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많다. 자녀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 일진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은 공포스러운 일이다. 전국의 82%의 학교라면 많은 수의 초등학교도 포함되어 있을 텐데 학부모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후 학교마다 벌어질 혼란은 충분히 예상이 된다. 많은 학교에서 일진이 누구인지를 찾아내어서 적절한 조치를 하라는 부모님들의 항의가 이어질 것이다. 만일 학교에 실제로 일진이 존재한다면 이러한 과정은 의미가 있지만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경우 학교의 혼란은 매우 심각한 것이다.
정부는 4월에 발표할 학교폭력 전수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학교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자세한 프로세서를 밝혀야 한다. 이 조사 결과를 학부모에 알린 후 학교가 구체적으로 조사결과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이 필요하다. 그리고 조사결과가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도 함께 학부모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또한 지난 4년간 교육정책을 펼쳐온 정부가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난 4년간의 교육정책 중 어떠한 부분들이 학교폭력을 심화시켰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그 결과를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 정부는 특히 정부는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에서 대통령이 나서서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을 여러 차례 표명한 만큼 이번 조치가 정치적 여론몰이라는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좀 더 체계적인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정부가 이러한 노력을 게을리하면서 그 책임을 시도교육청이나 학교에 떠넘길 경우 학교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만 증폭된다면 공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지게 될 것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정보공개가 학교폭력을 일소하고 학교 구성원들 간의 협력의 기회로 이끌기 위해서는 정부의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정말로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