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7.11(수)조간-곽노현교육감 취임 2주년(보도자료).hwp
서울교육, 21세기 공교육으로 진화시키겠습니다. |
제가 서울특별시교육감이라는 무거운 책무를 맡은 지 어느새 2년이 지났습니다. 이 순간, 가장 먼저 교육가족과 서울시민들을 떠올립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격려와 응원, 꾸짖음으로 저를 이끌어주신 교육가족과 서울시민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저는, 146만 표를 통해 ‘공교육을 바로 세우라.’고 준엄하게 명령하신 서울시민의 뜨거운 염원을 되새기며 겸손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중요한 시기에 한동안 자리를 비웠던 것을 사과드리며, 숨가쁘게 달려온 2년 동안의 부족함과 넘침,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서울 교육, 이렇게 성장해 왔습니다.
무엇보다도 인사비리, 시설비리, 사학비리를 잡았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평가에서 청렴도가 크게 향상되었으며, 금품, 향응, 편의 제공 관련 부분에서는 16개 시도 교육청 중 최고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혁신학교를 통해 공교육의 새 표준을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59개의 혁신학교에서 수업혁신, 생활지도 혁신, 학교운영 혁신 등 종합적이고 전면적인 혁신을 이루어 나가고 있습니다. 혁신학교는 공교육도 ‘지금, 여기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모든 학교, 특히 중학교에서 문예체 교육을 활성화했습니다. 교실에서 전문가가 연극과 뮤지컬을 지도하고, 동아리와 학교스포츠 클럽 활동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문·예·체 교육의 실질화를 통해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문화격차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체벌금지와 두발자유 등 학생인권 보장으로 생활지도의 파라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학교부적응과 학교폭력 해결을 위해 교사 감정코칭 연수를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공감해 주어야 학교부적응과 학교폭력이 사라진다는 믿음에 기반한 것입니다. 내년부터 학부모까지 연수를 확대할 것입니다.
학교마다 교무행정전담팀을 구성하고 교무행정지원사를 배치하는 등 교원이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무행정체제를 개혁하고 있습니다. 정책과 예산 편성에서 주민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친환경 무상급식 등 보편적 복지와 무상교육을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2년간 혁신에 박차를 가하느라 소홀히 했던 것들에 이제 눈길이 갑니다.
위에서 만들어져 학교로 하달되는 수많은 정책사업과 관료주의적 행정 체계는 결국 학교의 자발성을 위축시키고, 교사의 사기를 떨어뜨리며, 학교를 허둥대게 했습니다. 그 정점에 교육감과 교육청이 있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교육의 전면적인 혁신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21세기는 창의성과 혁신, 문제해결능력, 의사소통과 협력, ICT 소양, 생태감수성 등이 핵심 역량인 시대입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여 PISA 2015 신학력 평가에는 주요 평가 지표에 과학의 사회적 책임, 협동적 문제해결능력, 환경 소양 등이 새롭게 포함됩니다. 두 명 이상이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협동적 문제해결능력 평가는 우리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낯선 방식입니다.
아직 20세기에 머물러 있는 우리 교육을 서둘러 21세기로 진화시키지 않으면 국가적 위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과거의 교육 방식으로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습니다.
○ 모든 교실에서 수업혁신을 일으키겠습니다.
21세기 핵심역량에 초점을 맞춰 교육목표와 교육과정을 대전환하겠습니다. 정규교육과정 전반에서 발표, 토론, 모둠, 협동, 프로젝트 수업이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모둠협동, 발표토론식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21세기 핵심역량인 상호 존중과 협력을 생활화하고 민주시민의 핵심역량인 발표와 토론 역량을 체득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려면 먼저 선생님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수업방식의 일대 전환을 위해 교사 연수를 대대적으로 확대하겠습니다. 모든 교사가 수업과 상담에서 최고의 역량을 갖도록 연수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겠습니다. 더불어 지역교육지원청을 교사 연수와 수업혁신 지원 기관으로 전면 개편하겠습니다.
○ 교육격차 해소에 주력하겠습니다.
강남북 교육격차가 위험 수위를 넘었습니다. 자치구간 명문대 진학률은 최대 18.5배,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최대 3배로 그 격차가 나날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학부모의 소득격차와 자치구의 재정격차에 따른 학교간 교육격차가 공교육을 통한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수준에 와있습니다. 사회정의와 기회균등의 기치 아래 본격적이고 과감하게 교육격차 해소에 나서겠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배움과 돌봄의 수요가 더 큰 학교에 더 많은 예산이 지원될 수 있도록 학교예산배정방식부터 과감하게 바꾸겠습니다. 공모와 신청에 따라 배정되는 시책사업예산의 비중을 줄이고 학교운영예산의 비중을 늘리겠습니다. 학교운영예산은 특별한 돌봄과 지원이 필요한 학생 수에 가중치를 두는 방식, 곧 형평지수를 개발, 적용하여 나눠줄 겁니다. 내년부터 서울시교육청은 사상최초로 ‘필요에 따라 배정’하는 예산분배의 새 패러다임을 선보일 것입니다.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나아가서, 자치구의 재정형편에 따른 자치구별 학교지원예산의 차이를 보정하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교육격차 해소를 통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서울시가 이 문제에 최대한 관심을 갖고 협력할 것을 기대합니다.
○ 혁신교육지구의 돛을 올리고자 합니다.
교육격차 해소 및 혁신교육 확산을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여건이 어려운 자치구 및 준비가 된 자치구부터 가칭 혁신교육지구를 추진할 것입니다. 자치구청에는 교육전문가를, 모든 학교에는 지역전문가를 배치하여 학교 안․팎의 성장지원망을 촘촘히 구축할 것입니다.
혁신교육지구의 학교에는 주요교과와 문예체 등 정규수업을 지원하는 수업보조교사를 단계적으로 배치하고, 초등학교 뿐 아니라 중학교도 학급당 학생수를 25명 이하로 감축하도록 모든 행재정적 노력을 경주할 것입니다. .
○ 교당 평균 1억원 규모로 학교운영비를 늘리겠습니다.
교과부와 교육청이 지원금과 가산점을 미끼로 쏟아내는 수많은 시범연구 등 목적사업은 학교를 상부만 바라보는 관료조직으로 만든 주범의 하나입니다. 교육에 좋다는 것을 모두 교과부와 교육청이 친절하게 설계해서 시범연구사업으로 공모한 결과 학교의 자율성은 신청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낮은 차원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이런 관행을 바로잡아야 학교현장의 관료주의를 걷어내고 학교현장의 자율성을 살려낼 수 있습니다.
이런 판단으로 서울시교육청부터 정책사업을 80%까지 줄이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절약한 특별목적성 교육정책예산을 모두 일반목적성 학교운영예산으로 지원하겠습니다. 2013학년도에 학교당 평균 1억 원의 운영비가 추가 지원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교사, 학생, 학부모 등 학교공동체가 스스로 머리를 맞대고 꼭 필요한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때, 비로소 진정한 학교의 자율성과 예산의 효율성이 살아나게 될 것입니다.
또한 교육청의 권한을 학교로 대폭 이양할 것입니다. 교육청을 학교의 문제를 청취하고, 해결하기위한 지원조직으로 거듭나도록 하겠습니다.
교육청, 시청, 자치구청, 시민사회가 촘촘한 신협력체제를 구축할 겁니다
서울시, 자치구 및 지역사회와 교육 혁신을 위한 신협력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것입니다. 문․예․체 교육, 진로직업 교육, 학부모 교육을 위해 지차체가 보유한 시설과 자원의 개방과 공유를 더 확대할 것입니다. 많은 단체와 개인이 교육기부를 약속함에 따라 ‘마을이 학교’가 되고, ‘서울시민이 선생님’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교육청과 학교,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의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못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중앙정부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 고교 체제를 개편해야 합니다.
서울의 26개 자사고에 약 1만명의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습니다. 부유층, 상위권 학생들은 자사고, 특목고로 빠져나가고, 일반계고등학교는 슬럼화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의 서열화를 없애야 합니다.
자사고에 대한 지정․철회는 모두 교육과학기술부의 권한입니다. 자사고는 실패한 정책입니다. 폐기하는 방향으로 질서있는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 대학 입시 체제를 개선해야합니다.
많은 대학들이 논술고사에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문항을 출제하여 교육과정을 왜곡시키고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처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립대는 대학별 입시 출제에 고교 교사를 참여시키기로 합의하였습니다. 대학에서 서울시교육청에 요청하면 고교교사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겠습니다. 대입 전형 전 과정은 공교육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 사립학교의 투명성, 공공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사학의 재정의 98%가 교육청 지원과 학부모들의 납입금으로 이뤄집니다. 사실상 준공립학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취임 이후 8개의 사학법인에 대해 31억원의 재정상 처분을 하고, 52명의 이사에 대해 임원취임승인취소를 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번번이 비리 당사자인 이사장과 이사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사장의 전횡을 방조하는 일이 없도록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나아가, 한계 사학의 공립 전환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이제 중앙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교육이 희망이 되기 위해서, 모두에게 공평한 교육 기회가 제공되기 위해서, 교육이 정의를 가르치기 위해서, 자사고와 대학입시, 사립학교법에 대한 전면 개정을 요청합니다.
서울교육가족과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교육 혁명의 출발은 교육 철학을 바꾸는 데서 시작됩니다.
‘비교와 경쟁’의 교육을 ‘배려와 협력’의 교육으로 진화시킬 것입니다. 공교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미래’와 ‘세계’를 무대로 빛나는 성장과 자랑스러운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공교육 13년을 거치면 누구나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세상을 자유롭게 날게 하겠습니다.
이제 임기 후반기를 맞으며 저는, 우리 교육을 21세기 교육으로 진화시키기 위해 서울교육가족과 함께 온 힘을 다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2. 7. 10.
서울특별시교육감 곽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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