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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체 자료

[성명서] 범정부 “폭력․따돌림 없는 학교만들기” 추진 관련 논평

by 조은아빠9 2011.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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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따돌림의 근본 원인을 살피고 이에 상응하는 적극적이고 과감한 투자와 대안 마련을 촉구합니다

 

정부는 7월 29일(금)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교육과학기술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등 관계부처 장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정책조정회의를 개최하여, 학교폭력 근절 및 학생들의 건강한 학교생활 지원을 위한 학생안전보호인프라 선진화, 학교폭력 예방교육 내실화, 학생․학부지원 확대, 민․관 협력체제 강화 내용 등을 담은 “폭력․따돌림 없는 학교만들기” 추진 계획을 마련하여 발표하였다.

 

학교 안과 밖에서 발생하는 여러 폭력들과 집단 따돌림 문제로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겪는 고통을 생각할 때 범정부 차원에서 학교폭력과 따돌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은 매우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이 문제의 중대성과 이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절박성에 비해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라는 것이 너무 빈약하고 공허하다. 좀 심하게 말하면 학교폭력과 따돌림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이렇게 안일하고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것을 역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이번 대책에서 여러 내용을 발표했지만 실제 실효성 있는 정책은 학교 경비 인력을 1명 증원하고 CCTV를 증설겠다는 것 뿐이다. 나머지는 학생 대상 교육이나 교사 연수 강화 등 교육이나 이미 하고 있는 돌봄 서비스나 Wee 프로젝트, 학교폭력 One-Stop 지원을 좀 더 강화하겠다는 내용들이다.

 

물론 이런 부분들이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핵심은 빠져있다.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면 학교폭력과 관련해서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으로 동료 친구들이나 상급생을 꼽는다. 학교폭력의 가해자는 대부분 같은 학년이나 같은 반 친구 혹은 선배들이다. 이렇게 볼 때 학교폭력과 따돌림을 줄이기 위해서는 학교와 교실 문화를 서로 협력하고 돕는 형태로 바꾸어가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고 교사들이 아이들을 돌보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하며, 교사의 힘으로 다 감당하기 힘든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한 상담교사나 학교사회복지사 등의 투입이 필수적이다.

 

아이들끼리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고, 너무 어린 나이부터 성적 경쟁에서 낙오됨으로 인해 다른 길을 찾지 못하고 좌절하는 아이들을 양산하는 시스템은 학교폭력과 따돌림을 낳는 근본 원인이다. 여기에다가 가정에서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환경 역시 상황을 악화시키는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초등학교라도 성적 경쟁 중심의 교육 풍토를 벗어나 개별 아이들의 소질과 적성을 존중하고 서로 협력하며 민주주의를 훈련하는 장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리고 돌봄이 무너진 가정의 자녀들에 대한 총체적인 돌봄과 복지의 투입과 학교폭력과 따돌림의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실효성있는 치유도 매우 절실한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상담교사나 학교사회복지사의 투입도 필요하고, 학교에서 감당하지 못하는 가해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는 별도 교육기관의 설립도 필요하다.

 

학교폭력과 따돌림에 대한 범정부적인 대책이라면 이러한 우리 학교와 아이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과 중장기적인 대안이 나와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부의 대책에서는 깊은 고민과 근본적인 방향제시가 나타나 있지 않다. 이뿐 아니라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 정책 가운데는 학교폭력과 따돌림 대책과 역행하는 조치들도 많이 있다. 특별히 학습부진아 판별을 명분으로 시행되고 있는 일제고사는 학교간 경쟁을 부추겨 그나마 입시경쟁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보호를 받고 있던 초등학교까지 학력경쟁으로 몰아넣음으로 인해 전인교육에 역행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대책을 발표할 때 마다 Wee프로젝트를 언급하고 있지만 이 프로젝트의 예산을 정부가 지원하던 것에서 지역교육청이나 학교로 예산편성을 떠넘기면서 실제적으로 사업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경쟁적이고 폭력적인 우리 교육의 근본 풍토가 학교폭력과 따돌림을 양산하고 있는 우리 현실을 생각할 때, 우리 교육의 근본 풍토를 고민하고 반성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범정부적인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투자와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왕 “폭력과 따돌림 없는 학교 만들기” 대책 마련에 나섰으니, 지금과 같은 몇 가지 면피성 대책을 내놓은 것에 만족하지 말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2011. 7. 29

 

(사) 좋은교사운동